게이머들은 2019년의 비디오 게임이 흉작이었다는 점에 대해 이미 보편적으로 동의하고 있다. 그러나 어떤 점에서 2019년의 게임들이 미흡했는지를 정확히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들은 드물다. 이 해의 게임들이 전체적으로 실망스러웠던 이유는 물론 업계의 스케줄 조정과도 연관지을 수 있지만, 그보다는 비디오 게임계에 여러 해 동안 누적되었던 구태의연하며 상업적이고, 진보를 두려워하며 좋은 경기를 만드는 데 소극적인 개발자들의 디자인 그 자체에 원인이 있다. 때문에 매 해 GOTY를 다음 해 6월에 선정하는 Ninja Critics는, 2019년의 게임들을 한 해 동안 면밀히 플레이하고 살펴본 결과 당해의 수상작을 선정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물론 게이머들마다 개인적인 만족을 표시하는 몇몇 타이틀들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개인적인 선호를 보일 수 있는 몇몇 문화적, 시청각적, 정치적 코드들을 제외하면 2019년의 게임들 중 순수한 게임플레이로 당해를 대표할 명작은 없다고 판단한다. 이것은 기존의 유서깊은 스포츠 비평, 연주 콩쿠르, 권위 있는 미술 갤러리들이 이미 시행해 온 스탠스이며, 비디오 게임에 그 이상으로 존중할 만한 가치가 있음을 알고 있는 게이머들도 이러한 시각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을 것이다.

<Resident Evil RE: 2(바이오하자드 RE: 2)>  


  넘버링 시리즈 중 가장 퇴보한 2편을 현대적 감각으로 어레인지한 이 리메이크는 매우 적나라한 두 가지의 장점과 단점을 갖고 있다. 장점은 바이오하자드 3편의 핵심적인 게임 디자인인 네메시스와 건파우더 조합을 이쪽으로 가져와 오리지널보다 더욱 진보한 게임플레이를 선보였다는 점이고, 단점은 오리지널보다는 나은 정도에서 진보가 끝났다는 점이다. 뛰어난 다회차성과 스피드런 가능성을 보유하고 있지만, 비주얼과 연출을 걷어내고 나면 호러와 액션 양방에서 특기할 만한 것이 없는 평범한 게임.

<Control(컨트롤)>  


  2019년 웹진들의 GOTY 선정에서 두드러진 특징은 데스 스트랜딩의 독주에 대한 반감으로 기존 수상작 문법과 흡사한 이 게임에 시상하는 곳들이 다수 존재했다는 점이다. 난해하지만 깊이 있는 스토리와 설정, 평균 이상의 레벨 디자인과 의외의 도전적인 전투는 수준에 미달하는 웹진들의 호평에도 불구하고 주목할 만한 장점들이라고 할 수 있다. 레메디 엔터테인먼트의 게임들 중 굳이 플레이할 만한 타이틀을 선정한다면 이 게임을 들 수 있다. 물론 레메디의 게임들 중에서는 그렇다는 말이다.

<Disco Elysium(디스코 엘리시움)> 


  선택지 찍는 비주얼노블의 가장 진화된 구조를 보여주는 이 게임은, 역설적으로 아무리 그것을 숨기려 해도 게임의 디자인에서 구조를 감출 수는 없다는 것을 알려준다. 이 게임이 증명한 것은 CRPG의 새로운 형식이 아니라, 선택과 결과에 대해 완전히 오해하고 있는 현대 컨슈머들이 어떤 식의 편리한 독서를 원하는가에 대한 것이다. CRPG가 가서는 안 될 길의 매우 정석적인 반례를 선보였다고 할 수 있다.

<Untitled Goose Game(언타이틀드 구스 게임)>


  2019년의 그저 그런 게임들 중에서 고민하던 몇몇 시상식의 선택을 받은 것은 메탈기어 솔리드 시리즈의 아류작이다. 이 게임의 장점은 MGS 시리즈가 얼마나 뛰어난 조작 상호작용과 액션성, 폭소가 끊이지 않는 무한한 다회차 플레이 가치를 지녔는지 알려준다는 것이다. 이런 게임을 선정하는 것은 다른 의미로 그런 시상의 안목과 심미안을 드러내는 것이다.

<The Outer Worlds(디 아우터 월즈)>


  시나리오의 선택과 분기에 따라 엔딩의 몇몇 텍스트가 달라지는 게임들은 여전히 CRPG에 입문하는 플레이어를 위해 좋은 추천을 받을 수 있다. 폴아웃: 뉴 베가스는 아직도 그런 사람들을 위해 추천할 수 있는 명작이며, 이런 열화판이 그래픽만 발전했다고 해서 굳이 시간 낭비를 할 필요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옵시디언은 현재 플레이가치가 있는 게임을 만드는 회사가 아니다.

- Randy

<Baba Is You(바바 이즈 유)> 


  간만에 나타난 퍼즐 수작. 잘 만들어진 기본 메커닉과 이를 이용한 기상천외한 묘수풀이는 훌륭하다. 다만 플레이어가 쉽게 인식할 수 없는 숨겨진 상호작용이 후반의 퍼즐에 너무 자주 나타나는 점과 후반의 멋들어진 메타퍼즐 구성이 결국 Stephen's Sausage Roll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한 점이 아쉽다.

<Slay the Spire(슬레이 더 스파이어)>


  2018년 출시작이라는 것이 GOTY 선정에 감점 요소가가 되었던 게임. GOTY의 범주가 인디 게임에 한정되어 있었다면 망설임 없이 이 게임을 골랐을지도 모른다. 게임 자체가 수작이기도 하나, 이후의 로그라이크 덱빌더 장르의 범람을 가져왔다는 점에서 2019-2020 인디 씬의 지배자라고도 할 수 있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요즘 나오는 인디 게임의 절반이 어떤 형태로든 덱 빌딩을 채용하고 있는 걸 보고 있으면 조금은 원망스런 기분이 들기도 한다. - F

<Devil Engine(데블 엔진)>


  현세대의 슈팅 게임들은 케이브의 도돈파치 이후로 나타난 탄막 슈팅 (Bullet Hell)이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잡았다. 데블 엔진은 탄막 슈팅에 있었던 요소들(화면을 가득 채우는 탄들, 작은 피탄점, 미스가 났을 시 죽은 자리에서 곧바로 부활 등) 중 다수를 그대로 채용했다. 그러나 대다수의 탄막 슈터와는 달리 탄속이 상당히 빠르면서도, 마치 오소독스 슛뎀업처럼 각종 장애물들과 충돌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하는 면도 있다. 이렇게 빠르고 화면을 가득 채우는 탄을 모조리 회피하는 것은 어려울 수 있으나, 탄 흡수 시스템을 이용하여 난관으로부터의 생존뿐 아니라 흡수량을 통한 점수 배율의 이익도 취할 수 있는 등, 플레이어의 활용에 따라서 스코어링에 큰 어드밴티지를 받을 수도 있다. 난관 자체가 섬세하게 잘 짜여 있기도 하지만, 게이머들이 더 파고 들 수 있는 스코어링까지 구비가 제대로 되어 있다.

  아쉬운 점이라면 다른 명작 슈팅 게임들의 완벽한 대체재가 될 정도로 훌륭하거나 독보적이진 않았다는 것이다. 따라서 2019년 GOTY로는 애매하다.

(주의 사항: 플레이할 가치가 충분한 작품이지만 현재로선 구입을 추천하지 않는다. 개발사와 퍼블리셔 간에 갈등이 발생하여 개발사에 대한 로열티 지급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즉 게임을 구입하더라도 개발사로 돌아가는 상품의 수익은 전무한 상태이다. 개발사조차 정품 구매가 아닌 불법적인 방식을 권유하는 중이다.)

- Liryn

<Remnant: From the Ashes(렘넨트: 프롬 디 애쉬즈)>


  소울라이크를 표방한 몇몇 소수의 TPS 게임은 결과물이 썩 좋지 못했는데, 렘넌트의 경우는 애써 다크 소울즈의 시스템을 그대로 가져오려고 하지 않음으로써 오히려 좋은 게임이 되었다.

  렘넌트의 핵심 요소는 Loot, Procgen(Procedural-Generation), Shooting이며 곳곳에 보이는 다크 소울즈에 대한 오마쥬에도 불구하고, 다크 소울즈의 영향은 닷지롤 시스템이나 세이브 포인트 시스템 정도에 그치고 있다.

  먼저 Loot의 경우, 다양한 무기와 무기의 모드들이 등장하지만, 이 무기들은 랜덤 옵션을 가지고 있거나 하지 않고 정해진 기능과 성능을 보여준다. 따라서 무기와 모드를 활용하여 플레이어는 자신만의 플레이스타일을 찾는 것이 게임의 핵심 요소이다. 어떤 무기와 모드를 쓰는지에 따라서 플레이어는 서로 전혀 다른 플레이 경험을 하게 된다. 몬스터들은 모두 플레이어의 가장 높은 레벨의 무기에 레벨 스케일링이 되기 때문에 비슷한 다른 게임과 더욱 큰 차별점이 된다.

  그 다음 Procgen. 월드와 월드에서 벌어지는 이벤트, 정예몬스터와 심지어 보스까지도 랜덤으로 구성된다. 보스나 정예 몬스터의 종류가 아주 다양하지는 않지만 패턴은 제각각 개성적인 편이고 또 보스들의 경우 그들을 어떤 방식으로 공략하느냐에 따라서 각기 다른 아이템을 드랍하기 때문에 다회차성에 도움이 된다.

  마지막으로 Shooting. 모름지기 슈터 게임의 경우 그 시점이 FPS든, TPS든 총을 쏘는 감각 그 자체가 중요하다. 많은 스탯 요소가 가미된 슈터의 경우, 불렛스폰지와 같은 요소들로 인해 슈팅 파트의 묘미가 많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은데, 렘넌트의 경우 정예몹이나 보스를 제외하면 어떤 난이도에서든 일반 몬스터들의 경우 헤드샷 1-2방으로 처리가 가능하여 비슷한 다른 게임에서 보여지는 문제를 느끼기가 힘들다. 대신 일반 몬스터의 경우 머릿수로 플레이어를 압박하며 등장하는 모든 정예몬스터와 보스들은 부하들을 리젠 시키는 구조로 되어 있어 플레이어의 긴장감을 놓지 않게 만든다.

  결론적으로 렘넌트는 새롭거나 뛰어난 게임 플레이를 자랑하지는 않지만 여기 저기 존재하는 좋은 아이디어를 잘 가져와서 취할 것은 취하고, 버릴 것은 버린 후 잘 조합시킨 게임이다. 독창성의 부족 외에 단점을 찾기 힘든 이 게임의 단점이라면, 내러티브로 보나 게임플레이로 보나 기-승까지 이어지던 게임이 갑작스럽게 끝나버린다는 점이다. 부족한 독창성보다는 오히려 이 부분이 더 큰 단점으로 다가온다.

- SC

<Devil May Cry 5(데블 메이 크라이 5)>


  독보적인 3D 액션 게임 데블 메이 크라이 시리즈의 정식 후속작이 11년 만에 출시되었다. 데블 메이 크라이 4의 액션 시스템을 그대로 가져오다시피 하여 2019년에 발매된 액션 게임들 중 가장 뛰어난 경기를 제공한다. 기술들마다 히트박스와 적에게 끼치는 영향(경직, 넉백 등) 등이 전부 미세하게 다르고, 기술들을 필요한 순간에 즉각 꺼내서 쓸 수 있으며 에너미 스텝이나 로얄 가드 등으로 그 기술들을 유기적으로 연계할 수 있는데다 적과 플레이어의 공중에서의 움직임 또한 일관적인 물리 엔진의 영향을 받기 때문에 플레이어는 무한히 다양한 방식으로 전투를 수행할 수 있다. 문제 풀이의 다양성과 각각의 기술을 창발적으로 이용하는 부분에서만큼은 데블 메이 크라이를 뛰어넘는 3D 액션 게임은 존재하지 않는다.

  4편과 많은 부분에서 유사한 작품이기에 두 게임을 모두 깊게 플레이해보지 않은 플레이어들이 쉬이 눈치 챌 수 있는 변화는 거의 없다. V라는 캐릭터, 네로의 데블 브레이커, 단테의 신규 무기들, 그리고 새로운 적들이 추가된 것 정도만이 누구든 알아차릴 수 있는 변화이다. 단테의 지상에서의 이동기들이 더 다채로워졌다는 점이나 에너미 스텝 판정이 너그러워져 적어도 그 부분에 있어선 액션의 완성도를 크게 희생하지 않고도 진입장벽을 낮추는 데 성공하여 데블 메이 크라이 4의 입문작으로 매우 훌륭하다는 점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

  그러나 에너미 스텝이나 로얄 가드와 같은 여러 기술들에 알 수 없는 이유로 추가된 딜레이, 신규 적들이 보스들을 제외하면 심지어 데블 메이 크라이 4보다도 뒤떨어진다는 점, 새 캐릭터 V의 존재 그 자체, 네로의 데블 브레이커를 자유자재로 변경할 수 없어 데블 브레이커가 실제 게임에 적용된 방식이 그 가능성에 비해 공격 방식의 다양성에 큰 보탬이 되진 못 한다는 점, 단테의 새로운 무기들이 무기와 스타일을 끊임없이 바꿔 주어야 하는 단테의 플레이 스타일과 그다지 어울리지 않는 점, 신규 무브들 중 다수가 액션 시스템의 완성도에 기여를 한다기보단 그저 연출적인 부분에만 집중한 나머지 경기적으로 전혀 흥미롭지 않다는 점 등은 명백한 퇴보이다. 5편 역시 타 액션 게임들이 범접하기 힘든 경지의 경기인 것은 사실이지만, 4편에게 많은 것을 빚졌음에도 차별화가 제대로 되지 않았으며 오히려 여러 방면에서 퇴행만 거듭했다는 것이 GOTY로 선정되지 못 한 이유이다.

  11년 넘는 세월 동안 꿋꿋이 수많은 게이머들에게 플레이되고 끊임없이 발전해온 데블 메이 크라이 4는 앞으로도 새로운 게이머들의 플레이를 통해 발전하고 살아남을 것이다. 데블 메이 크라이 5가 그럴 가능성은 요원해 보인다.

<Sekiro: Shadows Die Twice(세키로: 섀도우즈 다이 트와이스)>


  데몬즈 소울즈와 다크 소울즈 1, 그리고 블러드본이라는 걸출한 작품들을 내놓은 프롬 소프트웨어의 2019년작, 세키로는 어떠한 장점도 없는 실패작이다. 스텔스는 평가할 가치가 없고, 레벨들은 레벨 디자인이 있었다고 보기도 어려울 정도로 그저 예쁜 뒷배경에 불과하다. 전투마저도 기존 프롬 소프트웨어의 작품들로부터 심각하게 퇴보했다. 다크 소울즈의 구르기와 블러드본의 스텝을 대체하는 패리가 모든 문제점의 근원지이다. 구르기/스텝은 같은 버튼 하나로 발동할지언정 어느 방향으로 사용하느냐에 따라 다양한 상황에서 다양한 방법으로 활용 가능했다. 반면 패리는 무려 세 가지(튕겨내기, 점프, 그리고 간파)로 분화되었음에도 한 가지 상황에서 한 가지 용법으로만 쓰이고, 누르는 타이밍 별로 다른 활용법이 존재치도 않으므로 가장 정확한 타이밍에 누르는 것이 유일한 목적인, 같은 상황에서 같은 방법으로만 사용하는 다 같은 기술이다. 패리 일변도의 전투와 지나치게 뛰어난 적들 패턴의 유도 성능은 소울즈 시리즈(3편 제외)와 블러드본 전투의 중추였던 위치 선정과 거리 조절, 그리고 히트박스를 완전히 무의미하게 만들어버렸다. 즉 단조롭게 적의 공격에 따라 그에 맞는 버튼만을 눌러주는 매우 수준 낮은 리듬 게임이 되었다.

  오롯이 반사 신경만을 시험하는 경기이면서도 적들의 패턴이 잇신, 올빼미를 제외하면 사실상 2~3개에 지나지 않고 공격의 속도 또한 지나치게 느리다. 그 속도라도 매우 빠르고 패턴이 변칙적이었다면 훨씬 좋은 평가를 내릴 수 있었을 것이다. 거기다 적들이 지나치게 소극적이라 다대일 전투가 거의 발생하지 않고, 소극적인 적과 갈고리 하나만으로 존재 의미가 사라지는 레벨 등 난관의 디자인 자체가 갈고리와 패리와 같은 시스템과 전혀 어울리지 않아 서로 끊임없이 충돌하고 불협화음을 유발한다.

  이 수준 낮은 게임은 게임이기 위한 최소한의 조건들만을 충족했을 뿐이며, 그저 '게임이긴 하다'고 평가할 수 있을 뿐 그 외의 어떠한 호평도 불가하다. 블러드본에서 보여주었던 프롬 소프트웨어 액션 게임의 모든 장점들이 완전히 사라졌고, 그 장점들을 대체할 다른 장점을 찾지도 못 했다. 작년 가장 실망스러웠던 게임.

<Death Stranding(데스 스트랜딩)>


  워킹 시뮬레이터란 단어가 비非게임들에 대한 비칭으로 쓰이는 와중에 발매된 데스 스트랜딩은, 비칭이 아닌 정상적인 의미에서의 '워킹 시뮬레이터'라 불리기에 손색이 없다. 높은 중량의 택배를 등과 팔다리에 나눠 맨 채 험지를 넘어 목적지까지 걸어가야 하는 플레이어는 고르지 못한 지형을 오가며 좌우로 흔들릴 때마다 좌측과 우측 트리거로 계속해서 신체 균형을 바로잡아 주어야 한다. 나아가기에 앞서 오드라덱을 사용해 어떤 지형을 경로로 채택해야 할지도 충분히 고민해보아야 한다. 또 사다리와 등반용 앵커를 전략적으로 설치하여 일반적으론 걸어서 지나갈 수 없는 지형들을 나름 효율적으로 오고 갈 수 있다. 택배의 종류도 꽤 다양하여 초반 몇 챕터를 진행하다 보면 이것이 훌륭한 경기로서의 잠재력이 있다고 느낄 수 있다.

  그러나 점점 스켈레톤이나 오토바이, 파워 글로브 같이 착용하는 것만으로도 여태껏 플레이어를 괴롭혀오던 여러 장애물들을 완전히 무효화하는 장비품들이 하나 둘씩 해금됨과 함께 데스 스트랜딩의 경기로서의 가치 또한 급격하게 떨어지기 시작한다. 사라진 장애물을 대신하여 새롭게 등장해 플레이어를 가로막는 더 수준 높은 난관 같은 건 없다. 경기로서의 데스 스트랜딩은 전체 챕터의 절반이 채 지나기도 전에 끝나버린다. 게임의 측면에서 이후의 데스 스트랜딩은 앞선 절반의 열화 반복에 불과하다.

  그러나 연결이라는 주제를 게임 플레이에 최대한 반영하고자 했다는 점은 좋게 평가할 만하다. 플레이어는 내려갈 길 없는 절벽에 당도했을 때, 난데없이 쏟아지는 비를 맞닥뜨렸을 때, 그리고 무엇도 없는 허허벌판을 외로이 걸어가고 있을 때마다 적절하게 설치된 여러 구조물들의 도움과 응원을 받는다. 이러한 것들은 실제 플레이어들이 건설하고 비치한 것이며, 또 플레이어 자신이 건설한 것 역시 똑같이 다른 플레이어들에게 도움이 되어 준다. 이렇게 연결이 실존한다는 것은 옵션에서 명백히 확인 가능하다.

  이러한 연결이 더더욱 와 닿는 것은, 보통 플레이어들이 카이랄 네트워크에 아직 연결되지 않은 지역을 지나갈 땐, 등반용 앵커나 사다리를 정말로 필요한 순간에만 설치하기 때문에, 굳이 의도적으로 다른 플레이어들을 돕고자 하지 않더라도 이후 같은 상황에 처하게 될 플레이어들에게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도움이 되어 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초반에 BT들에게 쫓기다 절벽으로 내몰렸을 때 타인이 설치해둔 등반용 앵커를 통해 위협으로부터 빠져나올 때와 같은 순간들은 본 작품이 말하는 연결이라는 것이 실제로 게임 플레이에 영향을 끼치고 플레이어를 돕고 있다는 것을 증명한다.

  물론 그것을 감안하더라도 높은 점수를 줄 수 있는 작품은 절대 아니다. 작품의 가치나 완성도와는 별개로 개인적으론 올해 가장 인상적인 게임이었고, 데블 메이 크라이 5만큼이나 데스 스트랜딩에 시상하는 웹진들의 선택도 충분히 이해하는 바이지만, 경기로서의 가치는 전혀 높지 않다. 스토리도 괜찮은 수준이고 여러 건축물들을 가지고 노는 재미 또한 충분하나 그뿐이다.

<Void Bastards(보이드 바스타즈)>


  보이드 바스타즈에서 플레이어는 한 우주선에서 다음 우주선으로 끊임없이 이동하고 전진하며 여러 도구들을 이용해 위협을 차단하거나 위협으로부터 도망치며 필요 물품들을 탐색하고 수집하여 더 강력한 도구들을 제작한다. 적들을 처치할 때마다 새로운 적들이 포탈에서 바로 소환되기 때문에 우주선 내부 구조를 파악하여 어디를 막아 놓고 어디에 폭탄을 배치할지, 어느 통로로 지나갈지 등을 전략적으로 고민하고 계획하여 실행에 옮겨야 한다. 이렇게 최고 난이도로 진행하는 초반부는 게임 플레이 루틴의 완성도가 꽤 높다. 전투와 탐색밖에 없는 게임임에도 충분히 위협적인 적들이 플레이어를 사방에서 압박해오고, 변화하는 우주선 내부 구조에 맞추어 탐색 경로나 방식도 변경해야 하기 때문에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다.

  그러나 강력한 도구들이 끊임없이 추가되는 데 반해 새로운 적들과 우주선 내부의 환경적 위협들은 플레이어를 전혀 압박해오지 못 한다. 초반부만 넘어서면 이후론 제대로 된 난관이 등장하지 않는다. 가끔, 아주 가끔 운이 매우 나빠야지만 좀 겨뤄볼 만한 난관이 등장할 뿐이다. 첫 2~3시간이 작품의 전부인 게임들을 게이머들은 매년 숱하게 봐왔다.

- Ninja Squar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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