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매일 2008.6.3
개발사 Team Ninja
감독 Tomonobu Itagaki, Hiroaki Matsui, Katsunori Ehara
실기 Xbox 360, Xbox One X
 

0. Prologue

  <Ninja Gaiden 2(닌자 가이덴 2, 이하 NG2)>는 완벽한 게임은 아니다. 그러한 평가는 전작 NGB(닌자 가이덴 블랙)에 더 어울린다. NGB는 전투는 물론이고 액션을 통한 탐험과 퍼즐 풀이, 그리고 레벨 디자인 등 다방면에서 완벽하다. 반면 NG2는 전투 외의 요소들이 사라지거나 무의미하게 퇴보했다. 전작의 장점을 모두 뛰어나게 계승한 후속작은 아닌 것이다.

  그렇다면 NG2는 별 볼 일 없는 게임인가? 그렇지 않다. 사실 정 반대로 극한의 고점과 저점을 가진 극단적인 게임에 가깝다. 수많은 단점들이 있음에도 퇴색되지 않는 고점들이 게임을 빛나게 한다. 본 글은 그 고점이 가지는 가치에 대한 비평이다. 따라서 최고 난이도인 마스터 닌자를 기준으로 작성되었다. 가장 어려운 게임 하면 언제나 거론되는 작품이지만, 사실 보통 난이도에 해당하는 무사의 길은 상당히 쉬운 편이며, 어려움 난이도에 해당하는 현자의 길 역시 크게 어렵지는 않다.

  모든 게임은 높은 난이도에서 그 구조를 더 선명히 드러낸다. 낮은 난이도보다 더욱 게임이 원하는 방식, 즉 ‘효율적인 방식’으로 플레이하도록 압박하고, 요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자의 길에서조차 전혀 효율적이지 않더라도 쉽게 진행되며, 따라서 현자의 길로 엔딩을 본 사람조차 본 게임이 도대체 어떤 플레이를 요구하는지, 어떤 시스템을 가지고 있는지 제대로 알지 못 하는 경우를 자주 보았다. 쉽게 말해 게임을 비평하기에 적합한 난이도가 전혀 아니다.

  마스터 닌자는 그러나 다르다. 게임의 구조를 제대로 분석하고, 어찌 플레이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과 수 차례의 실험, 그리고 수없는 패배 없이는 진행이 불가하다. 따라서 마스터 닌자야말로 본 작품의 구조를 대변하는 난이도라 볼 수 있으며, 오로지 마스터 닌자만이 의미 있다. 비평 또한 마스터 닌자만을 기준으로 작성되어야 함은 두 말할 것도 없다. 바로 그 이유로, 이외의 난이도는 다루지 않는다.

1. Fairness
1-1. Fighting Game


  닌자 가이덴은 공평하다. 공평함이란 무엇인가? 대부분의 컨슈머들에게 공평함이란 스트레스 없이 재미만 있음을 뜻한다. 가령 액션 게임이면 적들이 적당히 패턴 몇 개 뿌리고 적당히 반항 좀 하다가 적당히 죽어주는 것이 바로 컨슈머들의 공평함이다. 반대로 말해, 그들에게 불공평함이란 스트레스 그 자체이다. 으레 불공평함의 예로 거론되는 것들을 생각해보자. 짜증나는 적 배치, 왠지 몰라도 아무튼 불합리하게 느껴지는 다대일 전투, 어쨌든 답답한 환경의 제약. 이들의 공통점이란 플레이어를 궁지에 몰아넣고, 스트레스를 준다는 것이다.

  컨슈머들이 게임에 대해 가진 선입견들이 대개 그렇듯, 이들의 공평함에 대한 기준 역시 그릇되었다. 게임이란 경기이고, 난관의 풀이이며, 능동적이다. 플레이어가 능동적일수록, 난관이 험난할수록, 경기가 거칠수록 오히려 스트레스를 더 받을 수밖에 없다. 즉 스트레스란 최소화해야 마땅할 게 아닌, 차라리 재미보다도 더 게임의 본질에 가깝다. 이를 제대로 이해한 게이머들은 자진하여 스트레스를 받아가면서까지 난관에 도전하고, 수없이 패배하지만, 결국엔 승리한다.

  경기에서의 모든 뛰어난 적수와 같이, 뛰어난 난관 역시 플레이어를 존중한다. 이들은 플레이어가 패배로부터 성장할 것을 믿고 존중하기에, 전력으로 부딪힐 때에만 타파된다. 시스템에 대한 이해도, 풀이에 대한 고민도 없이 일사천리로 해결되는 난관은 난관일 수 없으며 플레이어에 대한 모욕이라고까지 볼 수 있다.

  이 점을 바탕으로 생각했을 때, 결국 플레이어가 쉽게 다가가지 못 하는 곳에 배치된 적들이나, 온갖 변수들로 플레이어를 사방에서 압박하는 다대일 전투, 그리고 이동이나 기술의 사용을 방해하고 재고하도록 하는 환경의 제약은, 컨슈머들의 생각과 달리 그 자체만으로는 절대 불공평하거나 불합리할 수 없다. 오히려 끊임없이 학습하고 이전의 실패를 복기하여 성장할 수 있는 플레이어와, 철저히 알고리즘으로 작동하는 AI의 비대칭적 관계를 다소 공평하게 맞추는 것에 가깝다. 즉 공평함이란, 플레이어에게 어울리는 난관을 제시함을, 또는 플레이어와 게임이 동등한 위치에서 겨룸을 뜻한다. 컨슈머들이라면 그 게임이 자신에게 얼마나 너그러운가만을 공평함의 척도로 삼겠지만, 사실 플레이어뿐 아니라 게임에게도 공평해야 마땅한 것이다. 치트 플레이가 그릇된 이유도 바로 그와 같다.




  그리고 그런 기준에서, NG는 공평하다. 적들은 빠르고, 공격적이고, 강력하다. 플레이어에게 쉽게 죽어주어 스트레스를 해소시켜주기 위해서가 아닌, 그들 고유의 무브셋과 패턴을 가지고 플레이어와 제대로 겨루기 위한 존재이다. 적과 플레이어가 동등하게 겨루고, 똑같이 서로의 턴에 개입하며 공격을 주고받는다. 플레이어뿐 아니라 적들 역시 공평하게 방어와 회피를 사용한다. 적들이 플레이어의 공격을 방어하거나 회피할 수도 있고, 갑자기 다른 적이 불쑥 다가와 공격을 시작할 수도 있다.

  거기다 NG는 철저히 히트박스와 프레임에 의해 공격의 성공과 실패가 결정되므로, 단순히 거리 계산이 잘못되어 공격이 닿지 않을 수도, 공격 대상이 더 빠른 공격으로 치고 들어올 수도 있다. 즉 플레이어는 자신의 공격이 어떤 결과를 낼지 사전에 알 수 없다. 모든 것을 계획대로 플레이하기란 애초에 불가능하다.

  이런 점에서 NG는 격투 게임의 영향을 크게 받았다. 격투 게임에서 양 플레이어는 여러 빠른 공격을 가볍게 주고받으며 신경전을 벌이다 상대방이 빈틈(가령 후딜레이가 긴 공격을 빗맞추었다든가)을 보이는 순간 다음 공격으로 이어 나가며 주도권을 얻어내게 된다. 주도권을 쥔 플레이어는 이동기를 포함한 여러 기술을 조합해 최대한의 이득을 취하고자 하며, 주도권을 상대에게 내준 쪽은 반대로 게임의 시스템이 허용하는 여러 도구로 다시 주도권을 빼앗아 오거나, 최소한 피해를 최소화하고자 한다. 이런 식으로 전투의 양상이 프레임 단위로 바뀌기 때문에 몇 십 프레임마다 새로운 판단을 내려야 한다.


빠른 공격 기술로 적의 추가타를 막고, 턴을 가져왔다.
플레이어이건 적이건 방어, 회피, 공격을 유동적으로 섞어준다.
  결국 격투 게임은 각 기술의 히트박스와 프레임(선딜레이와 후딜레이), 적의 심리와 플레이 스타일에 대한 정확한 이해, 거리 조절, 그리고 적의 행동에 대한 순간적인 반응과 대응이 관건이다. 이에 더해 여러 격투 게임은 대전맵의 양끝을 상호작용 가능한 벽으로 제한해두었다. 플레이어는 이 벽으로 상대방을 몰아넣어 이동에 제약을 준다든가, 평상시엔 불가능한 콤보 공격을 한다든가 하는 식의 추가적인 이득을 취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단순히 상대방과의 거리 조절뿐 아니라, 전체적인 맵 상에서의 위치 선정 역시 중요하다. 3D 격투 게임의 경우 횡 이동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하는 것도, 물론 직선거리 공격을 피하기 위함도 있지만, 대체로 벽의 존재 때문이다.

  NG2와 전작인 NGB(닌자 가이덴 블랙)는 이러한 특징들을 모조리 물려받았다. 공격 기술들은 격투 게임과 동일하게 히트박스의 크기, 선딜레이/후딜레이 프레임과 공격 프레임, 사정거리 등으로 구분된다. 점프 공격/잡기 공격/풍로(적 밟기) 등과 같이 착지점이 중요한 기술들에 대해선 어느 정도의 조준 보정을 제공하나, 이외엔 철저히 히트박스의 논리를 따른다. 또 전투에서 지형지물이 끼치는 영향이 매우 크다. 벽을 탈 수도, 벽 점프 시에만 가능한 공격 기술을 사용할 수도 있다. 상대방을 공격해 벽에 부딪히게 하여 추가적인 피해를 입힐 수도, 반대로 상대방에게 그리 당할 수도 있다.


 
  슈퍼 아머 역시 상당히 한정적으로만 제공한다. 잡기나 절기, 비연과 내려찍기 공격, 그리고 회피 정도를 제외한 모든 기술은 공격 콤보 중간 중간에만 매우 짧은 I-frame을 제공할 뿐 슈퍼 아머 판정을 주지 않는다. 수리검이나 상대방의 빠른 공격 한 대만 맞아도 공격이나 행동이 곧바로 중단되고 경직된다. 물론 적들 역시 마찬가지이다.

  그러므로 플레이어는 콤보 공격을 진행하다가도 순간적으로 다른 적이 달려들거나 원거리 공격이 날아오면 블록 버튼을 눌러 콤보를 중단하고 적의 공격을 방어해야 한다. 이를 블록 끊기라 한다. 닌자 가이덴의 모든 콤보 공격은 강공격(Y)과 약공격(X)의 조합으로 이루어져 있다. 가령 X->YXXXY(용검의 이즈나 드롭) 같은 식이다. 이 버튼 입력 하나하나를 앞으로 마디라고 부르겠다. 플레이어는 각 마디의 사이마다 블록 버튼을 눌러 블록 끊기를 사용할 수 있는데, 외관상으로는 여전히 이전 공격의 모션이 진행 중이지만 시스템 상으로는 이미 콤보 공격이 끊기고 막기 판정의 영향을 받는 상태이다. 이 상태에선 적의 공격이 들어와도 자동으로 방어된다. 물론 어디까지나 공격 이후의 딜레이 프레임 동안에 막기 판정을 부여 받는 것이기 때문에, 공격 프레임 도중엔 적의 공격을 막아낼 수 없다. 즉 공격 프레임이 긴 기술은 적의 공격에 취약한 프레임 역시 긴 것이다.

XXY 직후 누른 막기 덕분에 폭탄 수리검 데미지를 무효화했다.
  콤보를 끊는다는 점에선 블록 끊기와 유사한 수리검 캔슬도 있다. 마디의 사이에 수리검을 던지면 후딜레이 모션이 중단되고 곧바로 이동이나 점프, 공격과 같은 추가 조작을 허용한다. 물론 이 역시 공격 후의 모션만 중단할 수 있고, 블록 끊기가 보편적으로 사용 가능한 것과 달리 수리검 캔슬은 사용이 불가능한 공격 기술도 많다.

  적과 플레이어가 끊임없이 서로의 턴에 개입해 주도권을 빼앗아가는 NG의 특성상 블록 끊기와 수리검 캔슬은 필수적이다. 일대일의 보스전에서 특히 이러한 점이 두드러진다. 챕터 2의 보스인 겐신은 블록 끊기에 대한 이해 없인 통과가 불가능하다. 겐신은 끊임없이 플레이어의 공격을 방어해내거나 회피한 직후 곧바로 반격해온다. 그렇기 때문에 플레이어는 공격을 하다가도 겐신이 방어나 회피를 한다면 곧바로 블록 끊기를 사용할 줄 알아야 한다. NG의 전투에서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중요한 요소를 챕터 2에서 제대로 깨치도록 가르치는 것이다. 이후의 보스전들 역시 전부 기본적으로 서로의 턴에 대한 끊임없는 개입과 반응, 그리고 거리 조절의 연속이다.

 
서로가 서로의 턴에 끊임없이 개입하고 있다.

1-2. Variables

  거기다 NG는 3D 맵에서의 이동이 완전히 자유롭기 때문에, 그만큼 사방에서 압박을 받는다. 왜냐하면, NG는 공평하고, 공평하기 때문에 적들 역시 플레이어만큼이나 자유롭게 이동하며 플레이어를 사방에서 압박하니까.

  본 작품은 3D 게임의 특징들을 최대한으로 살렸다. 또 격투 게임의 중요 요소 중 하나인 심리전(흔히 말하는 이지선다와 같은 것)은 애초에 상대방이 사람이 아닌 이상 제대로 가져오긴 불가능하므로, NG는 대신 난관들을 모두 다대일로 설계해 변수를 보충했다.

  같은 다대일이라도 2D와 3D는 차이가 크다. 가령 클래식 닌자 용검전 시리즈를, 에뮬의 도움 없이 실기로 플레이해보면 이것이 그 당시에는 토 나올 정도로 어렵다는 평을 받았을지언정 요즘의 게이머들에겐 상당히 평범한 난이도의 게임인 것을 알 수가 있다. 2D 게임인 닌자 용검전에선 기껏해야 좌우에서 포위당하는 정도이기 때문에 그렇게 큰 어려움이 느껴지지 않는 것이다. 반면 닌자 가이덴은 3D 게임이다. 동서남북의 사방향을 포함해 대각선 위치, 그리고 위와 심지어 아래에서도 적의 압박을 받는다. 그만큼 3D 게임이 다룰 수 있는 변수량은 2D 게임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다.

  그래서 그것이 다대일과 무슨 상관인가? 액션 게임의 다대일이 일대일에 비해 절대적으로 우월한 것은 그것이 예측 불가에 가까운 변수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예컨대 오로지 오디오와 버튼 입력으로만 진행되는 게임이 있다고 가정해보자. 이 게임에선 적이 오디오로 내보낸 알파벳을 1초 내로 똑같이 입력하면 승리한다. 가령 공격 패턴을 세 개 가진 적 하나가 내놓을 수 있는 문제는 물론 세 가지이다. 그런데 여기다 적을 하나 더 추가한다면? 패턴의 종류는 무려 9가지가 된다. 이제 이 게임을 시각화해 2D 비디오 게임으로 이식하여 ‘거리’란 공간적 변수를 넣어보자. 상황의 가짓수가 비약적으로 증가한다. 거기다 축을 하나 더 추가해 3D 게임이 된다면? 또 단순히 적의 패턴에 대응하는 것뿐만 아니라 내가 공격까지 해야 한다면? 그런데 적들이 그 공격을 확률적으로 방어하거나 회피한다면? 이 공격과 방어가 전부 히트박스에 의해 판정된다면?

 
  정확히 이런 이유로 제대로 설계된 다대일은 제대로 설계된 일대일보다 난관으로서 무조건 우월하다. 또 거리 조절과 위치 선정, 히트박스가 액션 게임에서 중요한 이유 역시 그것들이 추가적인 변수의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장점을 살리지 않을 것이라면 굳이 게임을 3D로 만들 이유가 없다. 오히려 2D, 아니 오디오와 버튼 입력으로만 돌아가는 게임으로 만들면 더 뛰어날 수도 있다. 아니, 아까는 3D 게임이 다룰 수 있는 변수량이 2D에 비해 압도적이라며? 그럼 3D가 무조건 더 나은 형식 아닌가? 물론 변수량이 압도적인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문제는 3D 게임에선 회피가 가능한 방향과 같이 적의 공격에 대응할 수 있는 도구들 역시 2D 게임에 비해 다양하고, 입체적인 경우가 많다. 즉 3D 공간에서만 다룰 수 있는 변수들을 제대로 활용해 압박하지 않으면 리스크와 리워드의 균형이 깨질 수밖에 없고, 차라리 2D 게임으로 만들어 리스크를 높이는 게 더 나을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뛰어난 액션 게임을 만들고자 한다면 다른 건 몰라도 위치 선정과 거리 조절, 일관적이면서 의미 있는 히트박스와 공격적인 AI, 그리고 다대일은 반드시 무조건 포함해야 한다.

<Nuclear Throne>. 이동이 평면적이기에, 회피의 무게감이 3D완 차원이 다르다.
  NGB와 NG2는 이 부분들에서 모두 완벽하다. 적들은 다양하고, 공격적이며, 공격과 방어는 일관적인 히트박스와 프레임으로 판정된다. 예외사항이 없다. 또 적들은 확률적으로 플레이어의 공격을 방어/회피하기까지 하여 또 다른 변수를 제공한다. 격투 게임의 형식을 3D 액션 게임으로 제대로 이식하면서도, NG만의 독특한 시스템을 통해 독창성을 확보했다.


  여기까지 읽은 사람이라면 이런 의문이 들 것이다. 아니, NG2의 비평이라면서 왜 NGB에도 똑같이 해당되는 것을 써놓았지? 그런 식으로 따지면 전투뿐만 아니라 모든 부분에서 완벽한 NGB가 훨씬 뛰어난 게임 아닌가? 후속작이 전작에서 발전하기는커녕 전투만 빼면 퇴보만을 거듭했는데 도대체 이게 뭐가 불멸의 가치를 가진 작품이냐?

  물론 합당한 의문이다. NGB가 NG2보다 더 뛰어난 작품인 것도 사실이며, NG2는 전투를 제외한 거의 모든 부분에서 망가졌거나 뒤떨어진다는 것 또한 부정할 수 없다. 그렇다고 NGB의 전투가 크게 뒤떨어지느냐, 하면 그것 역시 절대 아니다. 액션만으로도 대부분의 액션 게임들보다 훨씬 뛰어난 작품이며, 미션 모드마저 거의 무한한 다회차성을 가지고 있다.


미션 모드 외에도, 거의 10분 동안 적들과 싸워야 하는 난관도 많다.
  하지만, NG2는 바로 그 전투에서, NGB의 전투 형식을 어느 정도는 그대로 가져왔음에도, 그것을 거의 몇 차원 높은 수준의 경지로 끌어 올렸다. 그리고 바로 그것이, 오로지 그것만이 NG2가 불멸의 가치를 지닌 작품으로 평가 받아 마땅한 이유이다.

2. Extreme

  NG1과 NG2의 디렉터이자 프로듀서인 이타가키 토모노부가 남긴 유명한 말이 있다. “류 하야부사는 이미 마스터 닌자이며, 그의 죽음은 전적으로 플레이어의 책임이다.”

  이 말이 뜻하는 바는 두 가지이다. 첫 번째. 게임은 플레이어가 난관을 능동적이고 합리적으로 풀어갈 수 있는 도구들을 충분히 제공했다. 다만 그 도구들에 대한 이해와 활용에 부족함이 있었기 때문에 패배하는 것이다. 그리고 두 번째. NG는 공정하며, 오로지 실력으로만 승패가 결정된다.

  NG2 역시 NGB와 같이 끝까지 공정함을 유지한다. 히트박스와 프레임은 언제나 일관적이고, 다양한 종류의 유용한 도구를 제시한다. 그러나 공정함은 NG2에겐 아주 기본적인 것에 불과하다. 진정으로 NG2가 뛰어난 것은, 경기로서 당연히 유지해야 할 공정함을 철저히 유지하면서도, 모든 것을 극한까지 확장했다는 데 있다. 적들의 수와 전투의 페이스가 배가 되었으면서도 공방의 속도는 더 증가했다. 어느 정도의 고정 카메라를 허용해 플레이어와 적들을 모두 한 화면에 잡아주었던 NGB와 달리, NG2의 카메라는 현대적으로 바뀌어 이제 류 하야부사를 중심으로 상당히 좁은 범위만을 잡아준다. 적이면 적, 페이스면 페이스, 카메라면 카메라, 모든 부분이 철저히 공정하면서도, 극단적이고, 폭력적이다. 플레이어는 어느 때보다도 더 빠르게 이동하고, 반응하고, 기억하고, 예측하며, 판단해야 한다. 그것이 NG2의 가치이자, 3D 실시간 게임의 극한이다.

2-1. Violence 

  게임은 경쟁이고, 경쟁은 폭력이다. 그리고 NG2는 극도로 폭력적인 게임이다. 단순히 팔다리가 잘리고 머리통이 깨지는 시각적 표현을 뜻함이 아니다. NG2가 극도로 경쟁적인 경기임을 뜻한다.

  ‘얼마나 경쟁적인가‘를 어떤 척도로 판단하는가? 선택에 얼마나 무게가 실리는가, 다시 말해 리스크와 리워드의 균형이 어떠한가로 판단한다. 가령 단 한 대만 맞아도 죽는다면, 리스크가 큰 것이다. 적들 역시 일격에 죽는다면, 리워드 역시 큰 것이다. 즉 하이 리스크 하이 리워드야말로 가장 경쟁적이고, 가장 폭력적이다. 말하자면 유리 대포들의 전투와 같다.

  NG1의 적들은 대포는 맞았지만, 유리는 아니었다. 첫 번째로 적들이 공격적이고 이리저리 날뛰어 공격할 타이밍을 잡는 것 자체가 힘들기 때문이며, 두 번째로 어찌어찌 빈틈을 치고 들어가더라도 적들의 체력이 높아 단번에 해치우기 어렵기 때문이다. 따라서 NG1은, 물론 적들의 빈틈을 찌르는 것 역시 중요하지만, 기본적으로는 방어 위주의 안정적인 플레이가 요구된다. 막기로 적들의 공격을 방어하고, 패리를 정확히 넣어 빈틈을 파고들어 충분히 공격한 후, 위치를 바꿔 다시 처음부터 반복하는 플레이가 말이다. 그런 이유로 플레이어는 모험을 하도록 요구받는 경우가 거의 없다. 대부분의 기술들이 기본적으로 리워드가 낮기 때문에, 리스크가 높은 선택의 매력이 떨어진다.



인간형은 보통 참수가 가능하나
비인간형은 체력도 높고 참수도 불가하다.

  NG2는 다르다. 게임의 모든 부분에서 하이 리스크 하이 리워드 플레이를 요구하며, 적이건 플레이어이건 유리 대포이다. 어떻게? 세 가지 부분에서 그렇다. 먼저 첫 번째. 적들의 체력에 거의 의미가 없다. 팔다리를 잘라내면 Y 버튼 입력으로 멸각을 발동시켜 단번에 처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인간형뿐 아니라 마신들조차 멸각과 참수가 가능하다.
  아하, 그럼 NG2란 팔다리 자르고 멸각 버튼 누르는 과정의 아주 지루한 반복인가? 아니다. 중요한 건 그 다음이다. 멸각은 멸각 고유의 모션과 히트박스가 있는데, 이 히트박스가 팔다리가 잘린 적을 맞추지 못 하면 멸각은 발동되지 않는다. 그런데 팔다리가 잘린 적은 원거리에서의 호전성은 크게 줄지만, 근거리에선 오히려 자폭 공격과 같은 훨씬 위험한 패턴을 구사하며, 다리가 아닌 팔이 잘린 적은 수시로 백덤블링을 하며 멸각 거리에서 빠져나간다. 거기다 멸각 모션은 후딜레이 프레임도 길다. 거리 계산을 잘못 했다든가 하는 이유로 근거리에서만 사용 가능한 멸각이 실패한다면, 마찬가지로 근거리에서만 위험한 자폭 패턴에 꼼짝 없이 당하게 된다.

  팔다리가 잘리는 것 또한 철저히 히트박스로 판정된다는 점 역시 중요하다. 제 아무리 팔다리를 잘 자르는 공격기술조차 히트박스가 정확한 위치를 타격해야만 잘라낼 수 있다. 물론 적들이 가만히 목 빼놓고 참수를 담담히 기다리는 것도 아니기에, 매 순간마다 히트박스를 정확히 계산하며 팔다리를 바로바로 잘라낼 순 없다. 무조건 잘릴 것이란 확신을 가지고 플레이할 수 없다는 의미이다. 단지 공격 기술을 이어나가던 중 팔다리가 잘리면 곧바로 수리검 캔슬로 콤보를 중단하고, 멸각을 넣어야 이득을 취할 수 있을 뿐이다. 실제로 몇몇 공격 기술들은 수리검 캔슬과 비슷한 ‘멸각 캔슬’을 허용하기도 한다.

용검의 대표적인 멸각 캔슬.
  즉 멸각은 NGB 전투의 중요 특징 중 하나였던 ‘히트박스를 통한 일관된 판정’과 ‘프레임 단위의 새로운 판단’의 확장이다. 팔다리가 잔인하게 잘려나가고 적이 끔찍한 비명을 지르는 것은, 부위 파괴야말로 히트박스를 가장 잘 활용할 수 있는 시스템이고, 또 플레이어에게 멸각이 가능하다는 명확한 신호를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지, 단순히 잔인한 게임으로 만들고 싶었기 때문이 아니다. 그 신호를 전달받은 플레이어는 곧바로 새로운 판단을 내려야 한다. 수리검 캔슬로 멸각을 바로 넣을 것인가, 블록 끊기로 다른 적의 공격을 방어해낼 것인가, 후 I-Frame이 필요한 순간에 멸각을 쓸 수 있게 일단은 냅둘 것인가, 아니면 일단 공격 콤보를 이어 나가며 다른 적들의 팔다리마저 노려볼 것인가. 다리가 잘린 적이라면 거리를 벌린 후 비연으로 허리를 절단낼 수도 있지만, 비연의 후딜레이가 길다는 점 역시 고려해야 한다. 어떤 게 옳은 판단인가는 시시각각 변하는 상황에 따라 언제나 달라지므로, 플레이어가 내려야 할 판단 역시 언제나 다르다.

  만약 틀린 판단을 했다면? 팔다리가 잘린 적의 자폭 공격에 당하든가, 다른 적의 잡기 공격에 당하든가, 혹은 둘 다 당하든가 하는 식의 명확한 손해를 반드시 입게 된다. 옳은 선택엔 합당한 리워드를 제공하고, 그른 선택엔 그만한 처벌을 명확하게 내린다. 그렇기 때문에 멸각의 추가는 NG2를 진정한 하이 리스크 하이 리워드의 게임으로 진화시켰다. 이타가키 토모노부는 단순히 적의 체력을 낮추거나 하는 대신, 오로지 플레이어가, 매 순간 새롭지만 정확한 판단을 내릴 때에만 이득을 볼 수 있는 멸각 시스템을 추가하여 말 그대로의 진검승부를 구현했다. 적들의 공격성은 전작과 거의 동일하게 유지하면서.

멸각의 실패는 잡기로, 적의 공격엔 패리로 대처하는 식의 새로운 판단이 필요하다.


  멸각의 추가로 NG2는 전작에 비해 압도적인 수의 적들이 한꺼번에 등장하게 되었고, 이는 절기에도 큰 영향을 끼쳤다. 이후에 더 상세히 다룰 것이나, 기본적으로 NGB의 절기는 전투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맡지 않았다. 단지 사용하면 전투가 훨씬 빠르게 끝나고 얻는 에센스 양이 증가할 뿐이었고, 딱히 성능이 실력에 좌지우지되지도 않았다. 반면 NG2의 절기는 적들의 수가 증가함에 따라 적들한테 둘러싸여 있을 때보다 적들이 한 곳에 몰려 있을 때 훨씬 효율적이게 되었다. 적 밟기나 여러 이동기를 통해 위치를 잡는 것이 훨씬 중요해졌고, 덕분에 절기의 활용이 더 깊이 있다. 절기만 연타하는 게 가장 효율적이라는 것은 NG2의 이러한 점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 할 수 있는 말이다. 실제론 절기보다 다른 기술들이 더 효율적인 상황이 상당히 잦다. 다만 절기 연타가 로우 리스크 로우 리워드이기 때문에 초심자도 쉽게 따라할 수 있을 뿐이다.

2-2. Explosive

  두 번째. NGB에도 폭탄 수리검은 존재했다. 그러나 적들은 그것을 하나씩만 던져대었고, 그다지 위협적이지도 않았다. NG2는 완전히 다르다. 적들은 회피할 때마다 폭탄 수리검을 세 개씩 던져댄다. 거기다 한 번에 등장하는 적들의 수도 증가했기에 플레이어를 향해 날아드는 폭탄 수리검의 수 역시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다. 또 전작에선 지형에 꽂힌 폭탄 수리검은 시간차를 두고 폭발했지만, NG2에선 지형에 부딪히자마자 곧바로 폭발한다.

  이 폭탄 수리검의 변화만으로 NG2의 대인전은 NG1의 대인전이나 NG2의 대마신전과 완전히 차원이 다른 극한의 난관이 되었다. 폭탄 수리검의 특징엔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플레이어에게 부착된 후 몇 초 후 폭발한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플레이어가 I-frame의 영향을 받고 있는 상태에도, 단지 부착 시의 데미지만 주지 않을 뿐, 똑같이 부착된다는 것이다.

  타이머가 있고, 명확한 시각적/청각적 신호를 통해 그것이 언제 폭발할지를 알려주기 때문에, 플레이어는 그 신호를 해석해 앞으로의 장기적인 계획을 세워 폭발 데미지를 무효화할 수 있다. 물론, 장기적인 계획이라고 해봐야 3초쯤이지만, NG2에서 3초면 충분히 장기적이다. 이 3초 안에 I-frame을 제공하는 기술들을 적절히 조합해야 한다. 회피, 잡기, 적 밟기, 절기, 멸각, 이즈나 드롭, 경직 상태, 그리고 콤보 사이사이에 제공받는 매우 짧지만 분명 존재하는 무적 프레임 등. 이 기술들은 전부 저마다 장단이 있고, 무적 프레임이나 후딜레이의 길이도, 사용 가능한 상황도 모두 다르다. 무적 프레임이 길면 무조건 더 나은 기술이라 생각할 수 있지만, NG2에선 절대 그렇지 않다. 가령 이즈나 드롭은 후딜레이가 길어 지상에서 대기하고 있던 적의 잡기 공격에 매우 취약하다. 그래서 여러 사람이 생각하는 것과 달리 마스터 닌자에선 매우 신중하게 사용해야 한다. 또 무적 프레임이 긴 기술들은 그만큼 폭탄 수리검의 부착에 취약한 시간 역시 길다는 뜻이므로, 상황에 따라선 오히려 더욱 나쁜 선택이 될 수도 있다.


착륙 직후에 들어오는 잡기 공격을 피할 방도가 없다.
  거기다 폭탄 수리검이 하나만 붙는 경우는 거의 없고, 대부분의 경우 0.3~0.5초의 간격을 두고 끊임없이 추가적으로 부착된다. 그렇기에 긴 무적 프레임의 기술보다는, 짧은 무적 프레임의 기술들을 조합해 사용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고, 안전하다. 이렇게 폭탄 수리검들이 일정한 간격을 두고 부착된다는 것은, 말하자면 플레이어가 반드시 반응해야 하는 어떠한 스케줄이 생기는 것과 같다. 예컨대 이렇다. 0초에 전투가 시작되자마자 폭탄 수리검이 한 개 부착되었고, 0.7초에 폭탄 수리검이 하나, 1.2초에 하나 더 부착되었다고 가정해보자. 물론 이후로도 끊임없이 폭탄 수리검이 날라들겠지만, 설명의 편의를 위해 조건을 제한하겠다. 폭탄 수리검의 폭발 타이머를 2.5초로 가정했을 때, 플레이어에게 부착된 폭탄 수리검들이 폭발하는 시간대는 각각 2.5초, 3.2초, 3.7초이다. Xbox One X로 플레이하는 NG2는 60 프레임으로 구동되니 1초마다 60씩을 곱하면 프레임을 쉽게 계산할 수 있다.

  여기서 플레이어는 각각의 폭탄 수리검 타이밍을 생각하고, 어떤 무적 프레임 기술을 이용할지 대충 감을 잡아야 한다. 첫 번째와 두 번째 폭발 간의 간격은 42 프레임, 두 번째와 세 번째 간의 간격은 30 프레임이다. 첫 번째부터 세 번째의 폭발 데미지까지 전부 무효화하려면, 전투가 시작한 지 2.5초가 되는 바로 그 순간에 72 프레임을 초과하는 무적 프레임을 제공하는 기술을 사용해야 한다. 공격 콤보 사이사이에 제공받는 무적 프레임은 매우 짧기 때문에 사용이 불가할 것이고, 회피 역시 1초보다 훨씬 짧은 무적 프레임을 제공한다. 그러니 잡기와 멸각 정도가 안전한 판단인데, 문제는 잡기와 멸각은 그만큼 모션이 길어 또 다른 폭탄 수리검이 부착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점이다.

  아니면 무적 프레임을 제공하는 기술을 두 번 사용하여 두 번에 나누어서 각각의 폭발 데미지를 무효화할 수도 있다. 예컨대 2.5초에 42 프레임 이상 71 프레임 이하의 무적 프레임 기술을 사용하고, 3.7초가 되기 몇 프레임 직전에 또 다른 무적기를 사용하는 식으로.

  이딴 걸 전투 중에 어떻게 계산하느냐고? 물론 무슨 계산기를 들고 죄다 계산하고 앉아 있어야 하는 건 절대 아니다. 애초에 그건 인간적으로 불가능하다. 다만 NG2를 끊임없이 플레이하고 폭탄 수리검을 상대해보며 감을 익힌 후, 어떠한 고민이나 판단을 하기에 앞서 반응부터 할 뿐이다. 그래서 사실 말로 듣기보단 행하기가 더 쉬운 편이다.

  거기다 NG2의 적들은 플레이어가 후방에 있을 땐 다소 소극적이게 된다. 플레이어를 바라보기 위해 몸을 돌리려고 하기 때문에 공격성이 크게 떨어지고 플레이어의 공격에 더 취약하다. 즉 폭탄 수리검 역시 던지지 않는다. 이 점을 잘 이용해 언제나 적들의 뒤를 잡고자 끊임없이 이동하면 날아오는 폭탄 수리검의 개수를 크게 줄일 수 있다.


수리검이 일찍 부착되어 무조건 막아야 하는 경우.

톤파의 천벌로 피할 수 있는 경우.
천벌과 회피의 조합으로 피해야 하는 경우.
360도 강공격이 가장 효율적인 위치 + 폭탄 수리검도 함께 무효화할 수 있는 경우
회피, 막기, 적 밟기, 360도 강공격, 이즈나 드롭의 조합으로 폭탄 수리검을 무효화.
  또 폭탄 화살 역시 빼놓을 수 없다. 폭탄 화살은 쉽게 말해 원거리 적의 위치를 끊임없이 상기하고, 그 위치를 중심으로 앞뒤가 아닌 좌우로 쉴 새 없이 이동하기를 요구한다. 왜냐하면 폭탄 화살은 대략 2초의 간격마다 날아오고, 거의 총알과 같은 속도이기 때문에 앞뒤로 이동하거나, 잠시라도 가만히 멈춰 있으면 무조건 맞게 되어 있기 때문이다. 플레이어는 폭탄 화살이 날아오는 규칙을 언제나 염두에 두고 판단해야 한다.

  사실 이건 기본 중의 기본에 가깝다. 실제 전투에선 폭탄 수리검뿐만 아니라 적들의 공격이나 위치 선정 등의 요소를 추가로 고려해야 한다. 누차 말하듯 NG2는 절대 계획대로 정확히 플레이될 수 없는 게임이다. 매 순간마다 새로이 고려해야 할 변수가 등장하고, 그에 따라 매번 새로운 계획을 세워야 한다. 다만 폭탄 수리검과 폭탄 화살의 존재는 그러한 판단과 기술의 이용에 있어 극도의 정확성을 요구할 뿐이다. 무적 프레임 기술들은 몇 가지를 제외하면 모두 적이 가까이 있을 때에만 사용할 수 있다. 즉 하이 리스크 하이 리워드의 공격적인 플레이가 요구된다. 정신없이 공격적인 플레이를 유지하기 위해, NG2는 모든 기술의 무적 프레임과 선딜레이/후딜레이 프레임을 완전히 꿰뚫고 있기를 바란다. 그러면서도 어떠한 장기적인 계획표에 맞추어 플레이하도록 요구한다. 이렇게 장기적인 계획을 세워 실행에 옮기고, 그 와중에도 끊임없이 계획을 수정하도록 요구하는 것은 NGB에선 찾아볼 수 없던 것이다.

멸각, 평타와 천벌, 회피의 조합으로 폭탄 화살과 수리검을 모두 무효화하는 상황.
  또 이미 언급했듯, 둘 모두 지형지물과 부딪히면 곧바로 폭발하기 때문에 지형지물과의 상호작용성이 강화되었다. 물론 NGB에서도 지형지물은 전투에 있어 중요했다. 하지만 NG2에선 그 중요도가 차원이 다르다. 각각의 레벨이 어떻게 디자인되어 있는가, 어디에 기둥이 있고 어디에 벽이 있는가, 바닥이 얼마나 울퉁불퉁한가에 따라 전투 양상이 완전히 달라진다.

  가령 벽에 가까운 곳에서 전투할 경우 플레이어를 빗나간 폭탄 화살/폭탄 수리검들은 뒤로 저 멀리 날아가는 대신, 플레이어 바로 뒤의 벽에 부딪혀 곧바로 폭발해버린다. 즉 리스크가 크다. 대신 잡기 공격으로 적을 벽으로 던지면 팔다리가 곧바로 잘리고, 비좁은 곳에선 광역기의 효율이 크게 증가하기 때문에 리워드 역시 확실하다. 바닥이 울퉁불퉁하다면 바닥 지형이 어떠한지 역시 계속 신경 써야 한다. 가령 패인 곳은 마치 참호의 역할을 해 폭탄 수리검과 폭탄 화살로부터 플레이어를 보호해준다. 점프만 자제하면 꽤 안전하게 싸울 수 있다.

  이런 식으로 주변 지형의 형상을 언제나 머릿속에 그리며 플레이해야 하기 때문에 지형지물의 중요도가 훨씬 증가했다. 같은 적 조합이라도 경기장의 변화만으로도 상당히 다른 양상의 전투가 이루어진다. 챕터 2의 벚꽃 나무 아래에서의 전투와 챕터 3 첫 번째 수라, 챕터 8 성당에서의 전투와 시계탑 전투, 챕터 10의 유명한 계단 전투나 챕터 11의 성벽 전투와 칼무덤 전투는 전부 독특한 지형을 가지고 있으며, 동시에 매번 다른 방식으로 독창적이다. NG2의 지형이란 단지 분위기를 내고 싶어서, 혹은 예쁘고 멋있기 위해서 존재하는 뒷배경이 아니다. 대신 모든 부분이 철저히 전투의 요소로 활용되어 플레이어를 압박하고, 매번 새롭고 다른 상황과 난관을 형성하는 상호작용의 대상이자 변수이다. 야생의 숨결이 지형과 상호작용하는 방식이 등반이라면, NG2가 지형과 상호작용하는 방식은 전투이다. 그 게임에서 눈에 보이는 모든 곳을 ‘오를’ 수 있다는 것에 카타르시스를 느꼈는가? NG2에서도 모든 곳이 ‘전투’에 활용된다는 점에서 똑같이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즉 폭탄 수리검과 폭탄 화살은 프레임 단위의 새로운 판단, 히트박스, 위치 선정, 거리 조절, 지형지물과의 상호작용 등, 전투의 모든 부분을 극한까지 확장했다. 본 게임의 폭탄 투사체에 대한 예찬만으로도 2만자는 족히 채울 수 있다. 그러나 반드시 다루어야 할 요소가 남아 있으므로, 여기서 마무리하겠다.

2-3. Rules Beyond Sight 

  마지막이자, 세 가지 중 가장 중요한 것. 2D 게임과 3D 게임의 가장 큰 차이는 물론 축의 개수이다. 이동하거나 공격하거나 공격이 날아올 수 있는 축이 세 개로 늘었다는 것.

  이는 동시에 인식해야하는 공간이 평면이 아닌 입체가 되었고, 따라서 카메라의 이동 역시 훨씬 복잡해졌음을 뜻한다. 2D 게임에서 카메라의 이동은 대부분 플레이어의 인풋이 끼치는 영향이 없거나(고정 카메라) 간접적이다. 내가 특정 장소를 보고 싶다면, 카메라 자체를 조작하는 것이 아니라, 그 장소로 이동해 플레이어를 뒤따라오는 카메라를 끌고 오는 식이다. 직접적인 조작이 가능한 게임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마저도 카메라의 이동이 평면적이다.

  3D 게임이라면? 카메라의 이동이 입체적이다. 그렇기에 프로그래밍하기가 훨씬 어렵고, 카메라 이동에 할당할 버튼이 필요하다. 바이오하자드나 <Devil May Cry(이하 DMC)>와 같은 초창기 3D 액션 게임들은 이 때문에 고정 카메라/자동 카메라를 주로 사용했다. 플레이어의 위치에 따라 그 지역을 비추도록 할당된 카메라를 불러오는 식이다. 각 위치마다 다른 각도로 비추는 카메라 때문에 플레이어는 보고 싶은 것을 보기가 어렵고, 자신이 어느 방향으로 이동하는지 혼동한다.

  NG1에 이르러선 꽤 자유로운 카메라의 조작을 제공하지만, 여전히 고정 카메라가 중심이다. 시야각이 넓어 플레이어와 적들이 모두 한 화면에 들어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1년 뒤의 DMC3 역시 그렇다.

  하지만 NG2에 와서는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이 시기엔 3D 게임들이 본격적으로 고정 카메라에서 벗어나, 플레이어가 자유로이 조작할 수 있는 프리 룩으로 설계되고 있었다. 이러한 프리 룩은 고정 카메라와 중요한 차이가 있다. 플레이어의 바로 근처에 있는 사물이라도, 플레이어가 카메라를 조작해 그것을 비추지 않는 한 볼 수가 없는 것이다. 물론 고정 카메라 역시 두 가지 다른 종류의 카메라 경계선에 있거나, 카메라로부터 멀리 떨어진 사물을 보는 경우라면 그럴 수 있지만, 프리 룩은 모든 상황에서 그럴 가능성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카메라의 조작을 플레이어에게 맡기는 3D 게임을 플레이할 때는 언제나 시야에 들어오지 않는 것을 예측하고, 가정해야 한다. 사실상 고정 카메라 위주에 조건부적인 프리룩을 지원하는 DMC3이나 플레이어의 등 뒤에 카메라가 고정된 바이오하자드 4와 갓 핸드 같이 카메라 조작이 간접적이거나 거의 불필요한 게임들조차 시야 바깥에서 공격해오는 적들의 존재를 언제나 염두에 두고, 그것의 움직임과 행동을 예측하는 플레이를 요구하는데, 하물며 프리 룩을 제공하는 게임들은 어떻겠는가?

  그래서 그게 NG2와 무슨 상관이냐고? NG2의 시야각은 상당히 좁다. 플레이어 캐릭터와 캐릭터를 중심으로 앞쪽의 좁은 공간만을 카메라로 잡아준다. <God of War 2(이하 GoW2)>, GoW3이나 DMC 3, 4와 같은 게임과 비교하면 차이가 확연하다. 그리고 거의 완전한 프리 룩을 지원하기 때문에, 카메라를 어떻게 돌리든 간 시야에 보이지 않는 적이 언제나 존재할 수밖에 없다. 거기다 적들은 절대 정적이지 않다. 비록 카메라 바깥의 적들은 호전성이 줄기는 하지만, 여전히 그들은 동적인 변수이며, 끊임없이 움직이거나 공격해온다. 공격의 가짓수는 다양하고, 대부분 오디오 신호조차 주지 않는다.

  즉, NG2는 물론 앞서 말한 모든 것이 다 중요하지만, 그것보다도 더 중요한 것은 바로 카메라 바깥의 변수들을 예측하는 것이다. 카메라 바깥의 변수라 함은, 시야에 들어오지 않는 상호작용 가능한 모든 것, 즉 원거리나 근거리 적과 지형지물을 뜻한다. 앞서 지형지물과의 상호작용을 특히나 강조한 것도 이 때문이다. NG2에서 플레이어는 전투를 벌이는 곳의 지형을 구석구석 다 외운 후, 전투를 할 때 자신이 어느 위치에 있는지를 언제나 머릿속에 그리고 있어야 한다. 그래야 카메라에 잡히지 않는 곳으로 회피를 하거나 이동할 때의 위험성을 대폭 줄일 수 있다. 가령 벽 쪽으로 회피를 한다면 폭탄 수리검과 폭탄 화살에 취약해지고, 벽은 없지만 적이 있는 곳으로 회피하면 잡기 공격에 당해버리는 식이다.

  당연하게도 이는 눈에 보이는 것의 움직임을 파악하는 것보다 훨씬 어려우며, 실패할 가능성도 훨씬 높다. 예측 불가한 것에 상당히 가까우며, 바로 그렇기 때문에 우수하다. 인왕의 비평에서 이미 밝힌 바 있듯, 변수는 예측하기 어려울수록 뛰어나다. 그리고 NG2는 단순히 변수들을 통제하는 것뿐만 아니라, 통제하지 못한 변수에 대처하는 것에도 똑같이 신경을 곤두세우도록 한다. 카메라 안쪽보다는 바깥의 적들을 완벽하게 예측할 수 없다는 점이 이 게임을 진정으로 가치 있게 만든다.


  물론, 그렇다고 단순히 시야각을 무작정 좁히기만 한다고 하여 무조건 뛰어난 것은 절대 아니다. 가령 GoW(1편이 아닌 2018년작)의 카메라는 NG2보다도 더 플레이어의 등짝에 가깝게 달라붙어 있다. 크레토스의 등짝이 화면의 1/5을 차지하고, 뒤쪽은 거의 아예 시야에 들어오지 않는다. 그래서 이것도 예측 불가에 가까운 변수를 제시하고, 따라서 영원히 플레이될 불멸의 ‘God of Game’인가? 당연히 아니다. GoW는 단순히 뒤쪽에서 적이 공격해올 때마다 노랑과 빨강의 위험 신호를 화면에 띄워버린다. 즉 카메라 바깥의 적은 예측이 힘든 변수가 아니라, 단지 신호를 깜박이는, 보고 반응할 수 있는 신호등에 불과하다.

  아하, 그러면 아예 예측이 완전히 불가능한 변수를 만들고, 아무런 신호도 주지 않고 완전히 감과 운으로 때려 맞추게 하면 그건 완벽한 갓겜이겠구나! 물론 이 말 역시 완전히 틀렸다. 난관에 대처할 수 있는 도구가 없기 때문에, 불합리하다. 이미 말했듯 NG의 공정함은 난관을 능동적으로 풀어나갈 수 있는 도구들을 충분히 제공하기에 유지된다. 그럼 NG2는 불합리하단 말이냐? 그렇지 않다. 왜냐하면 NG2는 시야 바깥의 변수에 대처할 수 있는 도구들을 충분히 제공하기 때문이다.

  아니, 도대체 뭘 제공하는데? 난 그런 거 본 적 없는데? 뭐 입력하면 솔리톤 레이더 같은 걸 주는 치트 코드라도 있나? 물론 그런 건 없다. 애초에 솔리톤 레이더가 있다면 시야 바깥의 변수란 개념 자체가 성립할 수 없다. 여기서 말하는 도구란, 직접적으로 시야 바깥의 적에 대한 정보를 언제나 알려주는 시스템이 아닌, 중간 중간에 카메라를 돌릴 수 있는, 말하자면 재정비 시간을 주는 기술들이다.

  즉 바로 I-frame 기술들이다. 멸각과 절기, 이즈나 드롭, 적 밟기는 넉넉한 I-frame으로 전투의 분기점 역할을 한다. 플레이어는 이것들을 통해 재정비의 시간을 갖는다. 특히 트리거가 아닌 전면 버튼이 공격키이기 때문에, 전투를 수행하는 도중엔 카메라를 조작할 수가 없다. 가끔 RT를 눌러 카메라를 류의 등 뒤로 이동시킬 수 있을 뿐. 그렇기 때문에 이러한 분기점만이 카메라를 비교적 안전하고 완전히 자유롭게 돌릴 수 있는 순간이다.

  아니, 위에선 그렇게 직접 보여주면 시야 바깥의 변수가 아니라며? 메탈 기어 솔리드의 솔리톤 레이더/GoW의 신호등과, 카메라를 돌릴 수 있는 틈을 주는 기술들 간의 차이가 뭔데? 매우 큰 차이가 있다. 솔리톤 레이더와 신호등은 플레이어의 인풋이 없더라도 언제나 똑같이 작동한다. 주변에 적이 있으면 레이더로 띄워주고, 뒤쪽의 적이 공격해오면 신호등이 깜박인다.

  그렇기에 이것은 사실 시야 바깥의 변수에 대처하는 도구가 아니라, 단지 정보를 단순화해 제공하는 ‘편의 시스템’이다. 사실상 ‘시야 바깥’이란 개념이 없는 것이나 다름없다. 즉 3D 게임 카메라의 이점을 살리기는커녕 완전히 거세해버린 것이며, 게임에 해만을 끼친다.(여담으로 메탈 기어 솔리드는 상위 난이도에선 솔리톤 레이더를 아예 없애버린다. 즉 솔리톤 레이더 없이 플레이하는 것이 게임의 구조를 제대로 드러낸다고 본 것이다. 코지마 히데오 역시 시야 바깥의 변수가 3D 게임에 있어 매우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것이라 볼 수 있다.) 반면 NG2에선 플레이어가 직접 조작해 카메라를 돌리는 게 아닌 한, 절대 시야 바깥의 적들을 ‘자동’으로 알려주지 않는다. 오로지 플레이어의 실력만으로 시야 바깥의 변수를 해결해야 하는 것이다.

절기 직후의 무적 프레임을 이용해 카메라를 안전하게 돌릴 수 있다.
이즈나 드롭도 마찬가지.
  또 이렇게 카메라를 조정한다 하더라도, 고작 몇 초만 지나면 적들은 다시 카메라 바깥으로 나가버린다. 말하자면 이것은 정보전과 상당히 유사한 성격을 띤다. 적들이 마지막으로 포착되었을 때의 정보를 취합해 그들의 움직임과 위치를 추론해야 하니. 특히 카메라 바깥의 적들은 호전성이 줄기 때문에, 그들의 위치를 예측하는 것이 상당히 힘들 뿐, 절대 불가능하진 않다.

적들의 위치를 염두에 두고 있었기에 패리와 360도 강공격을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었다.
마찬가지.
  단순히 카메라를 돌릴 틈을 주는 간접적인 도구들뿐 아니라, 카메라 바깥의 적들과 직접적으로 상호작용할 수 있는 도구도 있다. 바로 원거리 공격이다. NG2의 원거리 무기들은 자동 조준을 지원하지만, 왼쪽 조이스틱을 통해 어느 방향의 적을 조준할 것인지를 정할 수 있다. 추가로, 주술사를 제외한 인간형 적들은 아무 원거리 공격으로, 그리고 주술사와 마신형 적들은 폭탄 수리검이나 풍차 수리검으로 쉽게 경직시킬 수 있다. 즉 분기점에서 카메라를 돌리며 얻은 정보들로 적들의 위치를 파악해놓고, 시야 안의 적을 근거리 기술로 공격하는 와중에도, 카메라 바깥의 적들 중 가장 플레이어에게 위협적인(= 가까운, 공격해오는) 적의 행동을 원거리 공격으로 중단시키는 플레이가 가능하다. 혹은 블록 끊기를 통해 대처할 수도 있고.

이런 식으로.
  요컨대 절기, 멸각, 이즈나 드롭이 정보를 수집하는 기술들이라면, 원거리 공격은 그렇게 수집한 정보를 바탕으로 적에게 직접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수단이다. 이러한 도구들의 쓰임이 사실 이미 기존에 존재하던 공격 기술들의 확장이란 점에 주목하자. NG1에서 절기는 사실 써도 그만 안 써도 그만인 기술이었다. 딱히 전투에서 어떤 독특한 역할을 하지 않는다. 다만 사용하면 전투가 더 쉽고 빠르게 끝나고, 얻는 에센스 양이 많아질 뿐이다. 하지만 NG2에 와선 정보전의 주축을 담당하는 기술이 되었다. 또 원거리 공격은 NG1에선 적을 경직시키거나 공격의 후딜레이를 생략하고, 체공 시간을 늘리거나 체공 시의 관성을 죽이는 용도였다. 그러나 NG2에선, NG1에서의 용도는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시야 바깥의 적과 직접적으로 상호작용 가능한 유일한 수단이 되었다. 액션 게임의 무기들의 깊이란 바로 이런 ‘쓰임의 모호한 확장성’에 있는 것이다.

  그리고 바로 이것이 NG2가 이룩한 가장 위대한 성과이다. 다른 부분도 모두 그렇지만, 특히 3D 게임의 ‘카메라’라는 부분에서 NG2는 극한까지 뻗어나갔다. 이러한 가치가 우연의 산물인지, 아니면 철저히 계산되고 의도된 것인지는 중요치 않다. 어디까지나 게임은 플레이어와 게임의 합이고, 제작자의 의도가 아니라고 해서 그 가치가 떨어지는 것은 절대 아니다. 버그와 창발적 플레이조차 게임의 가치일 수 있다. 의도와 의도 너머의 우연까지 모두 동등하게 평가할 필요성이 있다.

  그러나 나는 이것이 명백히 이타가키 토모노부의 의도라 본다. 시야 바깥의 변수를 다룰 생각이 없었다면 굳이 시야각을 이렇게 비좁게 설계할 필요가 없었다. 전작인 NGB나 동시대의 GoW2와 비슷하게 한 화면 안에 모든 적이 들어오도록 만들면 되었다. 하지만 이타가키 토모노부는 굳이 이런 방식을 고집했다. 또 게임의 모든 부분은 일관되게 하이 리스크 하이 리워드를 유지한다. 이렇게 한 사람의 일관된 철학이 시종일관 플레이어를 압박하는데, 어찌 그것을 눈치채지 않을 수 있겠는가. 의도되었기에 더 가치 있다는 말이 아니다. 의도인 것이 너무나도 명확하기에, 강렬하다.



게임이 시작한 지 1초도 안 되어서 적이 공격해온다.

3.

  그렇다면 이제 결론을 내보자. 서문에서 밝혔듯 닌자 가이덴 2는 절대 완벽하지 않다. 비평 내내 단점은 전혀 지적한 바 없지만, 단점이 없기 때문은 아니다. 몇몇 보스들은 순전히 기믹에 의존하고, 퍼즐은 없느니만 못 하고, 수면 전투는 무브셋을 극단적으로 제한하면서도 아무런 독특한 장점이 없으며, 게임의 전체적인 구조는 지극히 선형적이다. 구조랄 것도 없다. 단지 전투의 선형적 연속에 불과하다. 특정 종류의 적 AI가 오작동하고 벽에 부딪힌 적에 대한 멸각 판정이 비일관적이고 지나치게 많은 투명 벽 등 전투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버그들 역시 적지 않다.

  본 작품은 완벽에서 한없이 멀다. 그러나 닌자 가이덴 2가 이룩한 가치는 어떠한 단점으로든 손상될 수 없다. 만약 당신이 작품의 점수를 그것이 얼마나 완벽한가를 기준으로 매긴다면, 닌자 가이덴 2엔 높은 점수를 주지 못 할 것이다. 오히려 딱히 두드러지는 장점이나 단점도 없는 평범한 게임에 만점에 가까운 점수를 줄 수도 있다. 보편성을 신경 써야 하는 리뷰어라면 더욱 그러할 것이다.

  하지만 비평은 리뷰가 아니다. 리뷰와 달리 게임이 상품으로서 얼마나 많은, 그리고 어떤 종류의 사람을 만족시킬 것인가를 소개하는 상품 가이드의 역할을 할 필요가 없다. 비평이란 가치 평가이고, 가치 평가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이 즐길 수 있는가' 와 같은 보편성은 논할 이유가 없다. 단지 하나의 게임이 경기로서 어떤 가치를 지녔으며, 통시적으로 보았을 때 어떤 위치에 있는가를 논할 뿐이다.

  닌자 가이덴 2는 분명 많은 사람이 즐기진 못 할 것이다. 도전과제 통계상으론 오로지 1%만이 마스터 닌자의 엔딩을 보았다고 한다. 그러나 굳이 많은 사람이 즐겨야 할 필요는 없다. 게임은 플레이어와 난관의 합이며, 뛰어난 게임엔 뛰어난 플레이어가 필요한 법이다. 닌자 가이덴 2는 그런 뛰어난 플레이어에게 어울리는 작품이다. 3D 실시간 게임의 특징을 모두 극한까지 확장했고, 이 형식이 가질 수 있는 최고의 가치를 이룩했다. 그렇기에 닌자 가이덴 2는 극한의 난관에 도전하는 소수의 열정적인 게이머들에 의해 영원히 플레이될 것이다. 그렇게 닌자 가이덴 2는 불멸할 것이다.

★★★★★
5/5

-Lee Y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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