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매일 2018.1.25
개발사 Matt Makes Games
감독 Matt Thorson
셀레스트는 2018년 초에 혜성같이 나타난 놀라운 게임입니다. 완벽에 가까운 완성도, 도전 욕구를 불러 일으키되 결코 불가능해 보이지 않는 절묘한 난이도 조절, 주인공 마들렌의 이야기를 플레이어 자신의 것으로 느끼게 하는 서사와 게임플레이의 완벽한 융합까지, 단순히 잘만든 인디 게임 정도에서 그치지 않고 기라성 같은 명작들 사이에 당당히 자신의 이름을 올린 걸작입니다.
- 조작
플랫포머 게임은 슈퍼 마리오에서 정립되어서 지금까지 내려온 유서깊은 게임 장르입니다. 발판 사이를 점프로 헤쳐나가는 단순한 형식에서 시작해서 수많은 방식으로 다양하게 변주되고 탐구된 게임 형식이지요. 발판 사이를 뛰어넘어 앞으로 진행한다는 단순한 형식이지만 그 속에는 움직임과 타이밍으로 승부하는 도전적 상호작용의 정수가 담겨 있습니다.
캐릭터 조작 자체가 플랫포머 경험의 핵심이기 때문에, 플랫포머 게임의 조작체계의 완성도는 게임의 한계를 정의합니다. 캐릭터의 움직임에 직결되는 조작체계의 완성도가 부족해진다면 게임이 줄 수 있는 경험의 한계가 명확해지기 때문이지요. 단순히 점프버튼 누르면 뛴다 정도의 심플한 구성으로도 형식을 흉내낼 수는 있겠지만, 조작에 따른 움직임의 미묘한 움직임의 차이를 제대로 구현해내지 못하면 플레이어에게 주어진 움직임과 그 움직임으로 돌파할 수 있는 난관의 한계가 굉장히 빨리 찾아오게 됩니다. 게임이 보여줄 수 있는게 얼마 없게 되어 버려요.
그렇기에 캐릭터를 움직이는 것만으로도 흥미로운 상호작용이 가능하다면 좋은 플랫포머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플랫포머의 대명사인 슈퍼 마리오 시리즈를 예로 들면, 대시 여부와 점프 버튼의 입력 시간에 따라 마리오의 움직임은 놀랄 정도의 바리에이션을 보여줍니다. 이동속도에 따른 관성과 입력 지속시간에 따른 점프 높이의 차이는 익숙해지면 유저가 원하는 속도 원하는 높이로 마리오를 움직이게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 게임은 어떨까요? 셀레스트의 조작체계는 단순한 구성 속에서 놀랄 만한 깊이를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점프, 대시, 매달리기라는 기본 툴셋은 플레이어가 입력하는 대로 칼같이 반응해주고, 거기에 관성을 극한까지 활용한다는 셀레스트만의 독특한 특성이 들어가면서 게임은 굉장한 확장의 가능성을 얻습니다.
특히 관성의 활용이 훌륭합니다. 첫 챕터에서 가장 먼저 배우게 되는 메커닉이기도 하지요. 게임은 움직임의 관성을 유지하려고 하고 그 중간에도 같은 방향으로 계속 가속이 가능하기 때문에, 플레이어가 충분히 연구하고 연습한다면 일견 불가능해 보이는 수준의 움직임을 실현하는 게 가능합니다.
움직임의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단순해 보이는 3버튼 조작이지만 깊이가 있고, 굳이 그 가능성을 끝까지 파헤치지 않고 단순히 클리어를 향해 플레이 해 나가기만 하더라도 스스로의 플레이에 깜짝 놀라고 또 감탄할 수 있는 순간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게다가 이 모든 것들은 후술할 레벨 디자인과 맞물려 놀라운 체험을 플레이어에게 선사합니다.
- 레벨 디자인과 확장되는 게임
플랫포머 게임의 조작체계의 완성도가 게임의 한계를 정의한다면, 그 한계를 실제로 구현하는 것이 레벨 디자인입니다. 잘 만들어진 플랫포머 레벨은 플레이어에게 경험을 통해 배울 수 있는 기회와 그 배움을 통해서 극복해야 하는 새로운 도전을 계속해서 제시해야 합니다.
셀레스트의 레벨 디자인은 그런 면에서 교과서적이라고 할 만 합니다. 진행에 따라서 플레이어 수준에 맞는 도전을 계속해서 제시하지만 결코 플레이어를 낮선 혼돈 속에 던져넣지 않지요. 모든 기믹은 그 작동 원리를 배울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며, 이를 통해 다시 플레이어에게 주어지는 과제는 플레이어의 한계를 계속해서 실험합니다. 그 과정에서 게임은 계속해서 확장해 나갈 뿐만 아니라, 이 과정을 통해서 플레이어를 성장시키고 성장한 플레이어의 수준에 맞는 새로운 도전을 제시합니다.
셀레스트의 레벨 디자인은 그런 면에서 교과서적이라고 할 만 합니다. 진행에 따라서 플레이어 수준에 맞는 도전을 계속해서 제시하지만 결코 플레이어를 낮선 혼돈 속에 던져넣지 않지요. 모든 기믹은 그 작동 원리를 배울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며, 이를 통해 다시 플레이어에게 주어지는 과제는 플레이어의 한계를 계속해서 실험합니다. 그 과정에서 게임은 계속해서 확장해 나갈 뿐만 아니라, 이 과정을 통해서 플레이어를 성장시키고 성장한 플레이어의 수준에 맞는 새로운 도전을 제시합니다.
게임은 계속해서 스스로를 확장한다.
셀레스트 게임플레이의 가장 큰 특징은 룰셋의 지속적인 확장입니다. 각 스테이지는 각자의 테마와 거기 어울리는 중심 메커닉을 하나씩 가지고 있으며, 이 메커닉들 하나하나가 기본 조작과 절묘하게 맞물려 게임을 계속 확장해나갑니다. Forsaken City의 가속 발판처럼 기초 조작계와 연계되어서 게임의 핵심 요소를 플레이어에게 소개하는 요소가 있는가 하면, Old Site의 꿈 블록처럼 해당 스테이지만의 독특한 플레이요소가 되기도 합니다. 이 모든 요소들은 플레이어가 움직일 수 있는 방법을 다양하게 제약하고 보조함으로서 플랫포밍의 깊이를 만들어냅니다. 새로운 레벨에 도착할 때마다 이번에는 어떤 기믹이 등장할까 기대하게 되지요.
- 플레이 감각
하지만 셀레스트 레벨 디자인의 진짜 강점은 그 난이도 설계에서 나타납니다. 셀레스트의 모든 화면은 작고 짧은 도전과 실패 그리고 승리의 연속입니다. 결코 쉽지는 않지만 플레이어가 좌절하지는 않도록 많은 안전장치가 잘 마련되어 있지요.
근본적으로 “어렵지만 공정하게” 라는 원칙을 벗어나지 않고 있습니다. 고난이도 플랫포머라고 하면 흔히 생각할 수 있는 갑자기 튀어나오는 함정, 찾지 못하면 클리어가 불가능한 숨겨진 블록, 프레임 단위 점프 같은 것이 전혀 존재하지 않습니다. 난이도를 올리는 쉬운 방법을 선택하지 않았어요. 체력 개념이 없어서 한 번 실수하면 죽지만 사망 페널티는 전혀 없습니다. 체크포인트 간의 거리는 굉장히 가깝고, 체크포인트에서 다음 체크포인트로 도달하는데는 적게는 한두개에서 많게는 대여섯개의 연속적 시퀀스만 통과하면 됩니다. 혹시 실패해서 죽는다고 해도 그 짧은 시퀀스의 처음부터 재시작할 수 있습니다. 클리어에 필요한 모든 정보는 미리 제공됩니다. 어떤 기믹도 예고 없이 등장하지 않고 반드시 그 기믹을 익힐 수 있는 상대적으로 안전한 순간이 제공됩니다. 스테이지가 너무 길다 싶으면 화면 건너편을 살펴볼 수 있게 망원경을 제공합니다. 준비되지 않은 플레이어를 벽에 밀어넣는 곳이 없습니다.
가르치고 응용한다.
그래서 셀레스트의 플레이 감각은 일반적인 플랫포머 게임과 많이 다릅니다. 플레이어의 반사신경에 거의 의존하지 않아요. 무작정 뛰어들어 헤쳐나가기보다는 시작하기 전에 스테이지를 천천히 살펴보면서 클리어 루트를 미리 그리고 이를 정확히 실행할 것을 요구합니다. 게임이 그냥 쉽기만 한 것은 아니지만, 침착하게 나아갈 길을 정하고 그대로 도전하다 보면 반드시 클리어할 수 있습니다. 먼저 레벨을 읽고, 루트를 머리속에서 완성하고, 그걸 자기 손으로 실현해내는 순간에는 퍼즐을 풀어내고 어려운 조작을 멋지게 해냈다는 두 종류의 성취감이 동시에 느껴집니다. 이 모든 것들이 “조금만 더 하면 할 수 있을 것 같은” 정도의 난이도로 맞춰져있어서, 게임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이라도 계속 도전하다 보면 그 성취를 맛볼 수 있습니다. 숙련도 높은 플레이를 보상하지만 숙련도가 낮은 플레이어를 버리고 가지 않아요.
지금까지 이야기한 것들은 셀레스트가 “좋은 플랫포머 게임”으로서 가지는 미덕들입니다. 지금부터는 셀레스트가 정말로 “훌륭한 게임” 으로서 이루어낸 성과에 대해서 이야기를 할까 합니다.
- 상호작용 매체의 서사경험
셀레스트의 서사는 스토리텔링을 통해서 전달되지 않습니다. 셀레스트의 서사는 경험되는 것이지요. 모든 서사적 장치는 게임플레이로서 등장하고, 모든 게임적 장치들은 서사와 맞물려 있습니다. 플레이어는 컷신에서 서사를 감상하고 다음 컷신을 향해서 게임을 진행하는 것이 아니라, 서사와 게임플레이가 완벽하게 융합된 자신의 체험을 하게 됩니다.
사실, 셀레스트의 스토리 구조 자체는 단순합니다. 주인공이 자기 자신의 부정적인 부분을 고통 끝에 받아들이고 성장하여 산을 오르는 데 성공한다는 한 문장으로 요약도 가능하죠. 좋은 이야기는 맞지만 그냥 흔한 자기극복 서사로 보일 수도 있습니다. 온갖 복잡한 세계관과 플롯을 보여주는 데 중점을 두고 있는 최근의 게임 추세를 생각하면 얼핏 초라해 보이기까지 합니다. 하지만 실제로 플레이해보면 그 체험은 결코 가볍지 않습니다.
사실, 셀레스트의 스토리 구조 자체는 단순합니다. 주인공이 자기 자신의 부정적인 부분을 고통 끝에 받아들이고 성장하여 산을 오르는 데 성공한다는 한 문장으로 요약도 가능하죠. 좋은 이야기는 맞지만 그냥 흔한 자기극복 서사로 보일 수도 있습니다. 온갖 복잡한 세계관과 플롯을 보여주는 데 중점을 두고 있는 최근의 게임 추세를 생각하면 얼핏 초라해 보이기까지 합니다. 하지만 실제로 플레이해보면 그 체험은 결코 가볍지 않습니다.
데이터 용량이 확보되면서 드디어 게임에 화려한 그래픽과 멋진 컷신을 넣을 수 있게 되었지만
정말 게임에 걸맞는 스토리텔링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아직도 의견이 분분합니다.
먼저 주인공에 대해 이야기해 볼까요? 매들린이라는 캐릭터는 산에 올라가야 한다는 목표와 함께 자기 자신의 개인적인 고민과 방황을 가진 강한 캐릭터성을 보유하고 있어서 이 캐릭터에 플레이어가 자신을 충분히 이입할 수 없을 것처럼 보입니다. 그런데 직접 플레이해보면 이 캐릭터가 놀랍게도 플레이어의 분신으로서 훌륭히 결합합니다.
산에 올라가야 한다는 매들린의 목표는 게임을 클리어해야 한다는 플레이어의 목표와 같고, 매들린이 가진 우울과 불안, 자아정체성의 혼란같은 어두운 측면은 현대 사회에 사는 우리들이 반드시 한 번쯤 겪는 내용이라 공감을 형성할 수 있습니다.
사실 셀레스트는 현재까지 나온 어떠한 게임보다도 우울증을 잘 이해하고 있다. 놀라울 정도로.
하지만 매들린이라는 캐릭터는 동기 부분이 텅 비어 있습니다. 분명 산을 오르겠다는 목표와 의지가 존재하는데, 왜 산을 오르는지에 대한 이유가 게임 내적으로 전혀 표현되지 않아요. 사실 이게 굉장히 중요한 부분인데, 그 부분은 플레이어를 위해 의도적으로 비워둔 자리이기 때문입니다.
매들린이라는 캐릭터의 고민에 공감을 하면서, 그의 비어있는 동기를 플레이어 자신의 동기로 채우는 순간 이 캐릭터는 플레이어 자신의 분신이 되고, 그 순간 플레이어의 목표도 단순히 게임을 클리어하는 것이 아니라 저 산을 (어떤 이유이건 간에) 올라간다로 자연스럽게 옮겨가게 됩니다. 그렇게 매들린에게 자신을 전사하는 데 성공한 플레이어는 이 게임의 스토리가 단순히 게임 캐릭터의 이야기가 아니며 자신의 체험인 것으로 느끼게 됩니다.
매들린의 동기는 매들린 자신도 제대로 설명하지 못한다.
이 체험에서 사운드트랙 이야기를 빼먹을 수 없지요. Lena Raine이 작곡한 사운드트랙은 서사의 미묘한 감정선을 훌륭하게 잡아내고 있습니다. 단순히 곡이 좋다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각 챕터가 서사에서 차지하는 부분과 그에 따른 감정을 거의 완벽하게 잡아내서 표현해주고 있어요. 그냥 음악으로 듣기만 해도 훌륭하지만, 셀레스트의 서사 경험과 합쳐졌을 때 그 파괴력은 압도적이 되어서, 모든 곡이 바로 이 순간 플레이어를 위한 테마송이라고 느껴질 정도입니다. Lena Raine 본인도 스스로의 감정을 굉장히 많이 담아 쓴 곡들이라고 밝힌 바 있지요. 플레이하는 도중에는 게임에 몰입하는데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해주고, 게임이 끝난 이후에도 마음에 오래 남습니다.
게임플레이 또한 서사의 구조를 강력하게 뒷받침해주고 있습니다. 자기 자신의 부정적인 부분에서 도망치는 순간, 과거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타인을 바라봄으로서 자신을 깨닫는 순간, 거센 역풍에 맞서는 순간, 자기 자신과 마주보고 스스로와 부딪히는 순간, 자기 힘으로 모든 난관을 이겨내고 드디어 정상에 오르는 그 순간까지 그 모든 중요한 순간들이 컷신이 아니라 서사에 맞춘 게임플레이로서 표현됩니다. 심지어 이것들은 단순히 드라마틱한 연출에 그치지 않고 또다시 새로운 게임플레이를 만들어내면서 게임을 확장하지요.
자기 자신으로부터 도망가는 순간
이 모든 것들은 셀레스트가 쉽기만 한 게임이 아니기 때문에 성립합니다. 이 게임의 모든 레벨 디자인은 게임으로서의 도전임과 동시에 서사적 고난을 상징하고 있기 때문이지요. 실제로 내가 올라온 산이 결코 만만치 않았기 때문에, 게임과 플레이어가 함께 완성한 체험에 설득력이 생깁니다. 스스로를 받아들이고 자신의 힘으로 역경을 극복한다는 과정을 “주인공인 나”가 이루어내고 마지막의 마지막에 산 정상에 올라서서 아래를 내려다보는 그 순간은 지금까지의 다른 어떤 매체에서도 만날 수 없는 순간입니다. 이것은 게임이라는 상호작용 매체만이 보여줄 수 있는 경험입니다.
당신은 이 순간을 결코 잊지 못할 것이다.
단순한 이야기의 전달이 아닌 상호작용을 통한 체험이야말로 게임이라는 매체만이 보유한 특권이며 게임이란 매체가 타 매체에 비해서 갖는 차별점이지요. 그리고 그 상호작용으로서 체험을 전달한다는 측면을 셀레스트는 완벽하게 활용하고 있고 바로 이 부분이 셀레스트의 서사를 빛나게 합니다. 역경을 이겨내고 목표를 이룬다는 이야기 자체는 태고적부터 계속 반복되어 온 이야기일수도 있습니다. 좋은 이야기는 맞지만 그냥 평범한 자기 극복 서사라고 할 수도 있지요. 하지만 셀레스트는 컷신과 프리렌더링 무비 대신에 게임플레이와 이야기가 완벽하게 융합된 나만의 체험을 선사합니다. 소위 “영화가 되고 싶은 게임”들은 절대로 따라올 수 없는 이 성취야말로 셀레스트를 위대한 게임으로 만드는 것이지요.
게임은 여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자신의 힘으로 정상의 멋진 광경을 본 플레이어에게 게임은 “아직 더 많은 도전이 있어” 라고 속삭입니다. 기존에는 상위의 도전을 시도하지 못하고 있던 플레이어라고 해도 게임의 엔딩에 이르기까지의 강렬한 성공 체험과 “도전해보는 것 자체가 필요했다” 라는 게임의 메시지는 플레이어에게 어떤 확신을 불러일으킵니다. 나는 좀 더 대단한 것을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지요. 게임은 그런 플레이어들을 위해서 정말로 더 대단한 것들을 이미 준비해 두었습니다. 여기까지 오는 중간에 놓여 있던 딸기들, 바로 그 곳에 두 번째 도전이 플레이어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친구들을 놀라게 할 시간입니다.
- Difficulty Gating과 하드코어 게이밍
난이도에 대해 좀 더 세부적으로 언급할 때가 되었군요. 셀레스트의 레벨 디자인의 훌륭함에 대해서는 이미 이야기했지만, 게임이 고난이도인 부분을 플레이어에게 보여주는 방식 또한 무척 우아합니다. 플레이어의 플레이 성향과 기술 수준 정도에 따라서 점층적으로 레벨을 개방함으로서 넓은 스펙트럼의 플레이어에게 알맞은 난이도를 제공하지요. 이지-노멀-하드 같은 식으로 단순한 난이도 조절 옵션을 주는 대신에 게임의 도전 난이도 자체를 몇 단계로 나눠 두고, 해당하는 레벨에 접근할 수 있는 플레이어에게 유의미한 수준의 도전을 제공할 수 있도록 만들어져 있습니다.
셀레스트의 난이도는 크게 [스토리 클리어] [딸기 수집] [숨겨진 도전 스테이지] 로 나뉘어져 있습니다. 각 난이도별 게임플레이는 해당 수준에 도달한 유저만이 플레이할 수 있도록 잘 배치되어 있고, 또한 그 플레이어들이 다음 레벨로 나아갈 수 있게 준비시켜 줍니다. 도전적인 게임을 처음으로 하는 플레이어라도 게임이 제공하는 경험을 차근차근 따라간다면 게임이 제공하는 도전을 자신의 힘으로 이겨내는 경험을 할 수 있게 되어 있어요. 혹시 최후반의 고난이도 섹션들을 클리어하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게임은 ‘그런 도전을 하는 것 자체가 가치있는 경험이다’ 라고 이야기해 주지요.
조금 자세히 설명해 보겠습니다. 게임은 이제 막 시작한 플레이어에게 게임을 클리어하라는 목표를 우선적으로 제시하며, 딸기를 모으는 부차적인 목표를 보여주긴 하지만 이는 게임 클리어와 아무런 상관이 없으며 딸기를 모으지 않아도 괜찮다고 친절하게 알려줍니다.
“ 저걸 먹어야 하나? “
당신의 목적이 게임을 클리어하는 것뿐이라면 그냥 게임을 진행하면 됩니다. 하지만 딸기라는 부차적인 목표에 도전하는 것을 선택한 플레이어라면, 스테이지 클리어만을 노릴 때보다 훨씬 수준이 높은 도전을 마주하게 됩니다. 딸기를 모으기 위해서는 단순히 더 어려운 플랫포밍 액션을 해내는 것만 아니라, 스테이지를 구석구석 찾아다니는 탐색이 필요하기 때문이죠.
그리고 플레이어는 이 딸기를 찾는 탐색의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B-Side 레벨을 해금하게 됩니다. 이건 단순히 구석에 숨어있는 레벨을 해금했다는 게 아니라, 딸기 수집에 도전하고 또 어느 정도 그것을 성공한 유저에게만 B-Side를 해금해주는 일종의 벽이자 보상이에요.
애초에 왜 “Extra Challenge” 같은 말 대신에 “B-Side”라는 옛날 LP/카세트테이프 시절의 용어를 사용하고 있는 걸까요? 이건 카세트테이프 시절의 문화와도 조금은 관련이 있습니다. 앞뒷면이 있는 매체를 사용하던 시절에는 음악 앨범의 앞면(A-Side)에는 대중적인 히트곡이 배치되고, 뒷면(B-Side)에는 소위 말하는 남는 곡들이 배치되었지요. 대중의 요구에 맞는 곡들이 들어가지 않았기 때문에 그냥 시간채우기용 취급을 받기도 했지만, 거꾸로 좀 더 아티스트의 진심이 담긴 곡들이 실리는 곳이기도 했습니다. 15년 넘게 플랫포머 게임들을 발표해 온 디렉터 Matt의 과거 작품들을 보았을 때, B-Side야 말로 경력 있는 플랫포머 제작자인 Matt이 만들고자 한 레벨들이라는 뜻이지요. A-Side가 대중적인 게임으로서 적당한 난이도 하에 서사와 게임플레이의 완벽한 융합을 보여주고 있다면, B-Side는 하드코어 플랫포머 팬들에게 어필하는 모습을 갖추고 있습니다.
그런 만큼, B-Side는 만만치 않습니다. 애초에 B-Side에 도전하기 위해서는 A-SIde 레벨들을 구석구석 탐험하고, 숨겨진 길들을 찾아내고, 가장 어려운 도전들을 극복해야 합니다. 그 정도의 실력과 의지가 있는 플레이어가 아니면 여기에 도전할 자격이 없다는 겁니다.
도전하시겠습니까?
하드코어 게이밍과 캐주얼 게이밍을 나누는 곳이 바로 여기입니다. 하드코어 게이밍은 플레이어에게 무언가를 요구Demand합니다. 그건 조작 실력일수도, 게임 경험일수도, 아무리 실패해도 계속 도전하는 의지일수도 있지요. 셀레스트는 B-Side부터 하드코어 게임에 첫 발을 디딘다고 스스로 선언하고 있으며 그에 걸맞는 플레이어를 스스로 거르고 있다고 볼 수도 있지요.
놀랍게도 이 프로세스에 ‘걸러진’ 플레이어에게 불쾌감을 주지는 않습니다. 게임은 오히려 (대부분의 하드코어 게임과는 달리) 수준에 맞지 않는 플레이어를 걸러 내치는 대신에 “당신은 더 높은 수준의 도전을 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자극하고 등을 밀어줍니다. 단순히 A-Side와 딸기 수집을 통해서 플레이어의 기술적 측면을 훈련시키는 것 뿐만 아니라, 이 모든 플레이 경험 자체가 어쩌면 의미도 없어 보이는 미지의 불가능에 도전하고 성취하는 과정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입니다.
플레이어가 B-Side에 도전하게 되면 이제까지 머릿속에 루트를 작성하고 시퀀스를 실행하는 것으로 충분했던 지금까지와 전혀 다른 풍경을 만나게 됩니다. 점프와 대시의 타이밍도 훨씬 정밀해야 하고, 게임 호흡도 4-5스텝 내에 휴식 장소를 제공하던 A-Side보다 훨씬 길어집니다. 이제 첫 엔딩을 볼 때까지 사용할 필요가 없었던 여러 새로운 테크닉들도 배워야 합니다. 긴 스테이지에서 망원경을 제공해주지 않는 곳을 만나면 지금까지와 달리 게임이 불공정Unfair해졌다고 느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단순히 불가능한 레벨을 던지고 플레이어의 좌절을 내려다보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그 반대이지요. 게임은 훨씬 어려운 레벨들에 진입할 수 있을 정도로 성장한 플레이어가 이것을 클리어 할 수 있다고 믿으며, 플레이어도 그것을 믿게 해줍니다. 이것을 깨닫고 도전할때 체험의 강도는 더욱 강해집니다. 게임이 A-Side보다 불공정하게 느껴지는 만큼 그 도전을 이겨내는 순간의 성취감은 자신에게 무게추가 기울어진 경기에서 승리하는 것과 차원이 다르지요.
놀랍게도 이 프로세스에 ‘걸러진’ 플레이어에게 불쾌감을 주지는 않습니다. 게임은 오히려 (대부분의 하드코어 게임과는 달리) 수준에 맞지 않는 플레이어를 걸러 내치는 대신에 “당신은 더 높은 수준의 도전을 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자극하고 등을 밀어줍니다. 단순히 A-Side와 딸기 수집을 통해서 플레이어의 기술적 측면을 훈련시키는 것 뿐만 아니라, 이 모든 플레이 경험 자체가 어쩌면 의미도 없어 보이는 미지의 불가능에 도전하고 성취하는 과정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입니다.
플레이어가 B-Side에 도전하게 되면 이제까지 머릿속에 루트를 작성하고 시퀀스를 실행하는 것으로 충분했던 지금까지와 전혀 다른 풍경을 만나게 됩니다. 점프와 대시의 타이밍도 훨씬 정밀해야 하고, 게임 호흡도 4-5스텝 내에 휴식 장소를 제공하던 A-Side보다 훨씬 길어집니다. 이제 첫 엔딩을 볼 때까지 사용할 필요가 없었던 여러 새로운 테크닉들도 배워야 합니다. 긴 스테이지에서 망원경을 제공해주지 않는 곳을 만나면 지금까지와 달리 게임이 불공정Unfair해졌다고 느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단순히 불가능한 레벨을 던지고 플레이어의 좌절을 내려다보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그 반대이지요. 게임은 훨씬 어려운 레벨들에 진입할 수 있을 정도로 성장한 플레이어가 이것을 클리어 할 수 있다고 믿으며, 플레이어도 그것을 믿게 해줍니다. 이것을 깨닫고 도전할때 체험의 강도는 더욱 강해집니다. 게임이 A-Side보다 불공정하게 느껴지는 만큼 그 도전을 이겨내는 순간의 성취감은 자신에게 무게추가 기울어진 경기에서 승리하는 것과 차원이 다르지요.
어려운 만큼 승리의 순간은 더더욱 각별하다.
- 게이머를 키운다는 것
셀레스트는 게이머를 키우는 게임입니다. 플레이어에게 어려운 난관을 계속 제시하되 결코 플레이어가 넘어서지 못할 난관을 제시하지 않도록 주의에 주의를 거듭하고 있습니다. 레벨 디자인 또한 플레이어를 가르치고 훈련시킬 목적으로 만들어저 있지요. 플레이어의 손을 직접 잡아주지는 않지만 게임은 항상 한발짝 뒤에서 플레이어를 바라보며 응원하고 있습니다. 스스로 체험하는 자기 극복 서사, 연속적인 도전과 성공의 경험, 제시되되 강요되지 않는 고난이도 도전들, 이 모든 것들이 플레이어를 성장시킨다는 목표 하에 만들어져 있습니다.
게임이 소수의 취미에서 벗어나서 AAA급 대중문화로 자리잡기 시작했지만, 그 과정에서 불협화음도 상당히 일어나고 있습니다. 게임은 게이머 집단을 벗어나서 대중에게 접근하는 방법으로 영화의 작법을 채택하기 시작했고 그 과정에서 게임만이 가지던 고유의 색채는 많이 퇴색되었습니다. 엄청난 제작비를 투입하는 군비경쟁이 일어나면서 AAA 게임은 실패가 용납되지 않는 상황이 되어 버렸고, 최대한 많은 플레이어를 확보하기 위해서 “누구라도 클리어할 수 있는” 게임들이 만들어지기 시작했지요. 게임의 난이도는 점점 낮아졌고, 화려한 컷신과 영화같은 연출이 게임의 셀링포인트인 시대가 왔습니다.
하지만 영화 같은 체험을 중시해봤자 게임이 영화를 이길 수는 없습니다. 훌륭한 스토리텔링을 제시한다고 해도 드라마와 소설보다 잘 하기는 힘듭니다. 게임은 본질적으로 상호작용의 매체이기 떄문에, 상호작용의 주체인 플레이어가 있는 한 제작자가 의도한 스토리텔링은 결코 완벽하게 재현될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비디오게임은 결국 플레이어와 게임이 함께 만드는 것이기 때문에 게임의 이야기만을 강요하는 것은 게임이 가진 가장 강력한 무기를 포기하는 것입니다. 그렇지 못한 게임들이 메인스트림이 되어 있는 현실에서, 여전히 게임을 플레이어와 게임 사이의 경기로 볼 뿐만 아니라 그 플레이어를 키워내는 게임이 이렇게 훌륭한 완성도로 나왔다는 것은 단순히 좋은 플랫포머 게임이 나왔다 이상의 가치를 가집니다.
셀레스트는 영화이기를 원하는 수많은 게임들에 둘러싸인 지금의 플레이어들에게 오직 게임만이 줄 수 있는 경험을 체험하게 해 줍니다. 또한 그 과정에서 더 높은 경지를 향해서 플레이어의 등을 살짝 떠미는 세련된 접근을 하고 있지요. 게임이 쉬워야 더 많은 사람들에게 접근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현대에, 새로운 게이머의 도전을 응원하면서 “여전히 게임은 도전이며 그 자체가 훌륭한 경험”이라고 주장하는 게임이야 말로, 2018년 최고의 게임으로 인정받아야 할 것입니다.
★★★★☆
4.5/5
- F